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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께끼와 압정

군것질 거리는 늘 옳다.

by 김사임


아이스께끼!

아이스께끼!


예전엔 가방을 옆구리에 메고

골목마다 아이스께끼! 를 외치던

아이스께끼 장사가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을 보면 문득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국민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방학을 앞둔 며칠은 유난히 무덥고도 길게 느껴졌다.

학교가 파하고 집까지는

9살 꼬마 걸음으로 40여 분은 걸어야 했다.






타는 듯한 땡볕이 아스팔트를 달궈 열기가 훅훅

올라오는 하굣길.

용돈 있는 아이들은

"아이스께끼"를 하나씩 물고 걸었다.


하교 길의 군것질이란 얼마나 달콤한가.

사탕 하나 껌 하나에도 감동받던 시절

거기에 아이스께끼는 최고의 호사였다.


요즘 아이스크림은

질 좋은 원유에 맛도 다양하지만,

그 당시는 밀도가 허술하고 질질 흘렀다.

조심하지 않으면 덩어리 절반이 뚝 떨어져

맘에도 없는 길바닥 좋은 일(?) 시키기 십상이었다.

그래도, 그마저도 먹을 수 있는 게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날은 정말 유난히 무더웠다.

땡볕에 집까지 가는 길이 한 걸음 한 걸음이 힘겨웠다.

저 아이스께끼 하나면

먼 집도 한 달음에 갈 거 같았다.

친구들이 혓바닥으로 아이스께끼를 핥는 모습이

부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버지 월급으로는

6남매 먹고살기도 벅차던 시절

군것질 용돈은 꿈도 못 꿀 형편이었다.

어린 마음에 부모님 사정이야 알 리 없으니

그저 아이스께끼 생각만 간절하였다.






그렇게 투덜거리며 걷는데,

발바닥을 뭔가가 "콕"찔렀다.


"아얏!!"


뜨거운 길바닥에 주저앉아 신발을 벗어보니

신발 밑창에 압정이 박혀 있었다.

얇은 여름 신발을 뚫고 압정에 찔린 발바닥을

손톱으로 꼭 눌러 짰더니 피가 조금 났다.


피가 많이 났으면 울었을 건데

피가 조금난 기준으로 별거 아닌가 싶어

다시 걷는데

욱신거리고 통증이 몰려왔다.

점점 시간이 지나자

그쪽 발을 디딜 때마다 아직도

압정이 박힌 듯이 아리고

점점 더 아파왔다.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그 무더위에, 아이스께끼 하나 먹고 싶은

간절한 어린 마음을,

압정까지 정통으로 찌르게 하다니...


어린 마음에 어디에 하소연도 못한 채

절뚝거리며 집까지 가던 길은

너무나 멀고 서럽기까지 했다.






부서지고, 때론 단 건지 쓴 건지 조차 모를...

서걱거리고 허술하기 짝이 없던 그 아이스께끼!

먹고 나면

더 갈증에 시달리게 하던 그 아이스께끼!


골목 어귀에서

"아이스께끼! "

소리만 들려도 놀다 말고 달려가던

여름날이 떠오른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

빗방울 사이로

새로운 계절이 스며드는데

매미는 아직도 "여름"이라고

줄기차게 울어대고 있다.


그리고,

질 좋은 아이스크림 보다

허술한"아이스께끼"가

세상에서 최고 맛있었다고

기억하는

누군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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