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마음 부자
비가 쏟아지려는지
하늘은 우장을 쓰고
잔뜩 찡그리고 있다.
엄마는
장독대에서 부엌으로 다시 창고로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신다.
마당에 엎어둔 소쿠리도 거두고
채 마르지 않은 빨래도 걷고
열어둔 장독 뚜껑도 닫는다.
그 광경을
평상에 앉아 물끄러미
지켜보는 이웃집 할배한테
엄마가 걱정스레 말씀하신다.
"할배요 비 온다요"
"어여 가서 비설거지 하셔!"
할배가 느긋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치며 받아친다.
"신발 한 짝만 넣으믄 되는디 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