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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왈츠

비가 왜 좋은지 물으신다면

by 김사임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날

엄마들은 삼삼오오

우산 속에 아이들을 감싸고

서둘러 교정을 빠져나간다.


우두커니,

홀로 남은 아이는

교실 처마 밑에 서서

언제 그칠지 모를 비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혹시나,

저 교문으로 장우산을 들고

엄마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는 단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고단한 현실은

엄마의 등을 떠밀었고

기대할 수 없는 바람은

부질없다는 걸

아이는 일찍 깨달았다.






그때부터였을까

비가 내린 날

모두가 떠난 교정은

을씨년스럽기조차 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던

그 지루하던 시간들...


어느덧

가느다란 빗방울은

아름다운 선율이 되었고

빗속에 스민 청량한 바람은

얼굴을 어루만졌다.

땅을 두드리는 빗방울은

왈츠를 추듯 튕겨 올랐다.


가늘게,

때로는 굵게 내리는 빗줄기.

간간이 번개와 천둥까지 몰고 와

무섭게 을러대도,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햇살이 드리운다는 걸

기다림은 알려주었다.






이윽고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비 내리는 날이면

떠나지 못하던 교정 대신

마치 기다리던 친구가 온 듯

서둘러 비 마중을 나간다.


빗줄기를 피해

어딘가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허허로운 들녘에

오롯이

비와 마주한 시간.


비를 피할 곳 없는

나무와 꽃들은

언제나처럼

빗방울을 매단 채

민낯으로 서 있다.


비는

꽃들의 아픔을 대신

울어주라고

하늘에서 보낸 것일까?


꽃들의 눈물 곁에서

그녀는

순수했던 어린 날들의

비의 향기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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