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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도로 1

올드 다카(Dhaka), 올드 도로

by 지구지고

도로에 쓰나미가 발생했다. 2차선쯤 되는 도로는 잡다한 것들이 도로를 메우며 출렁이는 듯하다. 2023년 1월 25일. 오늘 다녀온 곳은 올드 다카 쪽이다. 올드 다카 가는 길은 ‘복잡하다’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곳이다. 차도까지는 어떻게 봐줄 수 있지만,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는 순간 머리가 하얘진다. 사람들로, 그것도 짐을 잔뜩 짊어진 사람, 자기 몸보다 더 큰 상자를 머리에 인 사람, 끈으로 꼭꼭 묶은 물건을 양손에 든 사람, 걷기도 힘들 것 같은 그 길로 우리가 탄 버스는 핸들을 돌렸다. 그곳을 지나가려는 마음을 먹었다는 자체에 기절할 뿐이다, 그뿐이랴. 릭샤는 사람을 나르고, 짐을 나른다. 가게의 물건은 마치 점령군이라도 된 듯 도로에 버티고 있다. 도로 양쪽엔 전봇대가 박혀 걷기를 방해하고 전봇대를 따라 통신케이블이 얽히고설켰다. 어느 선이 어느 동네로 가는지조차 분간하기 힘들다. 그 복잡한 전선 중에는 끊어져 마치 천장 마이크 선처럼 아래로 내려와 있는 것들도 상당하다. 사람들은 땅 위의 걸림돌을 피하고 하늘에서 떨어진 전선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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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사람에 막혀 나가지 못한다. 차 안에서 차 뒤를 바라보니 박스들이 온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물건 박스를 머리에 인 사람들의 걸음이 쫓아온다. 장마의 강물에 쓰레기 몰려오듯 한다. 표류하던 상자들이 쓰나미에 밀려 미니버스를 덮칠 듯하다. 버스가 멈추기라도 하면 강물이 바위를 만나 피해 가듯 양옆으로 갈라져 빠져나간다. 하지만 반대쪽에서 다가오는 트럭, 릭샤, CNG, 사람과 부딪히면서 다시 정지하기를 반복한다. 머리 위에선 짐이 짐과 만나고 아래에서는 릭샤와 릭샤가 앞바퀴를 서로 꼬고 있다. 사람은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아이를 데리고 온 어른들은 아이 손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CNG는 세워 놓은 채 운전사가 내려버렸다. 이 엄청난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가롭게 바라보고 있다. 이 이상한 길, 이 황당함에도 아무도,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버스와 짐이 부딪혀도, 사람과 사람이 맞닿아도, 릭샤와 릭샤가 스치고 지나가도, 사람과 차가 쿵 해도, 차가 사람을 치고, 사람이 차를 치고, 릭샤가 사람을 치고, 사람이 릭샤를 밀친다. 그래도 그저 그런 것이 당연한 듯 무심히 지나간다.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우리는 지나온 길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삶의 길이다. 삶이 곤 할수록 길도 복잡해진다. 복잡한 길을 어렵다고 생각하면 그 문제를 풀지 못한다. 그들은 이 길을 어렵다고, 복잡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리라. 그들은 삶의 치열한 경쟁이기에 늘 바쁘다. 바쁨만이 그 속에서도 오늘 내가 살아야 내일의 가족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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