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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샤 1

by 지구지고

금요일, 휴일이다, 휴일은 자유다. 휴일을 만끽하기 위해 9시 호텔을 나서 홀로 여행길에 올랐다. 오전 8시 58분 기온은 18℃다. 바람에서 가그린의 청량감이 묻어온다. 바리다라 호수 공원 건너편이 궁금했다. 지도상으로 오솔길이 있었다. 그리로 갈 작정으로 집을 나선 것이다. 걷는 내내 늘 보던 모습이 아닌 반대쪽에서 바라본 풍경을 그려봤다. 삐뚤삐뚤 재미난 길을 상상했다. 그 길에 다다랐을 때 아하!! 했다. 길은 두꺼운 철문으로 막혔다. 두텁게 쌓인 흙과 낙엽이 오래전에 막혔음을 알려줬다. 길이 있으나 누구도 지나간 흔적이 없는 길이다. 막히면 돌고 잃으면 찾으면 된다. 여행에서 길을 잃으면 그건 다음 단계를 찾는 것이다.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 중 하나다.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고 그러다 신비한 것이라도 찾으면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마음의 길만 잃지 않으면 된다.

바리다라의 길이 막혀 말로만 들었던 내셔널 호스피탈(National Hospital)을 알았다. 이란, 캐나다의 대사관도 알게 되었다. 더욱이 재미있는 공원을 하나 만났으니 길이 막혀서 생긴 일 중에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으랴! 내가 아는 나무는 망고나무뿐이지만 하늘을 가리고 있는 울창한 숲이 있다. 가운데는 커다란 에메랄드가 박혀있다. 작은 버스킹 공간엔 아직 시간이 이른 지 몇몇이 모여 있을 뿐이다. 자그마한 체구에 검은 머리를 볶아 올린 사람은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기타를 조율한다. 띠디디딩 연거푸 줄을 튕기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폰을 끼고 발을 폴짝거리며 쪼그렸다 일어서며 춤 연습을 하는 사람에게선 잘못하면 안 된다는 비장함이 엿보인다. 벤치에서 햇볕을 쏘이며 누운 남편의 발을 간지럽히며 즐거워하는 아내의 얼굴에서 웃음이 만발하고,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친구들은 가끔 하!하!하! 웃음소리로 공원에 기쁨을 선사한다. 저만치에서 다가오는 지긋한 나이의 여성들은 친구인 듯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이야기하고, 공원을 터전을 삼아 살아가는 새는 집을 지으려는지 작은 나무뿌리를 입으로 물고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어 댄다. 공원 입구 커피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커피잔을 들었다 놨다 하며 참새가 조잘대듯 알지 못하는 소리로 그들만의 이야기를 나눈다. 어른 주먹만 페인트 통을 앞에 두고 보도블록에 쪼그리고 앉은 남자는 빗자루를 든 남자를 올려다보며 핀잔하듯 말한다. 페인트 통에 담갔다 뺀 그의 작은 붓을 따라서는 거미 똥구멍에서 거미줄 나오듯 손가락 굵기의 하얀 줄이 연신 나온다. 그 선은 여기 넘으면 안 된다는 듯 지그재그로 그려져 구획을 나눴다. 오늘 막힌 길이 나에게 준 선물이다, ‘사람 사는 방글라데시’ 그 맨얼굴을 나에게 주었다.


공원을 나와 내친김에 바리다라 DOHS를 향했다. 도로엔 많은 사람들이 바삐 걷고 있다. 릭샤와 차량은 다카의 어디 가나 마찬가지로 서로 먼저 가려 다투고, 양보하려고 손을 든다. 무질서가 낳은 질서다. 한국의 질서가 낳은 무질서보다 더 정겹다.


처음 릭샤를 탔다. 릭샤를 타면 엉덩이가 아프다는 말은 ‘옛시인의 노래’인가, 좋다. 걸으면서 보는 풍경보다 릭샤에 앉아서 보는 풍경은 느긋하다. 평소보다 높은 상공에서 도로를 온전히 내려다볼 수 있는 것도 릭샤를 타는 즐거움이다. 도로에서 나의 위험을 릭샤 드라이버에게 잠시 맡겼기 때문에 더 좋다. 나의 편안함과 안전을 지켜준 드라이버의 수고로움에 비하면 그 대가는 정말 작은 것이다. 그런데도 요금을 깎았다. 나는 웃긴 놈이다. 내 즐거움을 깎았으니 말이다. 아하!


【릭샤 정보】

릭샤는 인력거를 자전거로 바꾼 형태다. 다카 시내를 운행하는 릭샤는 사람의 힘으로 운행한다. 다카 이외의 지역에는 대부분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운행된다. 다카의 경우 릭샤의 운행 구간이 정해져 있어서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없다. 갈아타고 가야 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바리다라에서 DOHC 지역에 간다면 바리다라에서 승차해 바라다라 게이트까지 가야 한다. 거기서 다른 릭샤로 갈아타고 DOHC 게이트까지 다시 갈아타고 가야 하는 개념이다.

릭샤 요금은 1㎞ 이내면 보통 100따카 정도면 갈 수 있다. 릭샤를 타기 전에 릭샤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 한 대와 흥정하지 말고, 여러 대와 흥정을 하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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