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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 버스는 정차하지 않아요

by 지구지고

김 시인님께!

다카의 아침은 소리로 오나 봐요. 째작째작, 새소리로 오고, 릭샤의 삑삑이로 오고, 그러면 햇빛도 따라 창으로 들어와요. 언젠가 나보고 잘 돌아다닌다고 했지요. 아침이 와서 그런 거예요. 버스 타는 게 어렵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난 엊그제 우리가 헤어진 다음에 시내버스를 타고 아산몬질(Asanmonjil)에 갔었어요. 내가 다 깜짝 놀랐어요. 어디 가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버스에 올랐다니까요. 버스 앞에 있는 행선지를 보고 그냥 무턱대고 탔다니까 요. 버스가 서지 않고 가면서 사람이 내리고 타는데 나라고 별수 있어요. 차 가는 속도에 맞춰 타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타고나서 물었어요. “사다르카트(Sadarghat)”라고 하더라고요. 다카에서 시내를 왕복하는 로컬 버스를 이렇게 쉽게 타긴 처음이었어요.


정해진 정류 장은 있지만 정류장의 범위가 100미터도 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차를 타는 내내 버스는 움직여요. 정차한 상태에서 타는 것이 아니 라 이동 중에 차를 타는 거죠. 사람들이 다 타면 차장이 출입문 위를 세게 한 번 두드려요. 그러면 운전사는 속도를 높이죠. 내가 탄 버스는 달달거리는 선풍기가 천장에서 고개를 빙빙 돌리는 버스였어요. 바람이 나온다고 해도 시원함과는 거리가 멀더라고요. 방글라데시에서 버스의 문이 있다는 생각을 안 해 봤어요. 시내를 다니는 차나 시외를 다니는 차나 에어컨이 없는 버스는 모두 문을 닫는 것을 본 일이 없으니까요. 의자와 의자 사이는 내 무릎이 닿을 정도로 좁 았어요. 스스로 생각해서 키가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앉으면 안 돼요. 안 들어가요. 의자에 앉기 싫었어요. 왜냐고요. 의자 덮개는 새까맣고, 등받이를 덮은 천은 땀 내 나는 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 이 잡았는지 기름때가 마치 짜장면 집 주방 환기팬 같았어요. 하지만 의자 아니면 잡을 데가 없으니 그걸 잡을 수밖에요.


사람들로 차 안은 콩나물시루 같았어요. 그 사이로 차장이 버스 요금을 받으러 다녀요. 버스를 타면 나중에 요금을 받으러 다니는 거죠. 그때 어디 가는지 말하고 내면 돼요. 요금은 대충 받는 것 같아요. 요금을 받 다 정차할 것 같으면 얼른 문 쪽으로 나갔다 다시 돌아와 요금을 받는데 승객의 위치가 바뀌어 어디까지 받았는지 알 도리가 없어요. 그래도 요금을 잘 받더라고요. 요금은 거리에 따라 10따카에서 많게는 30따카를 내더라고요. 버스 요금도 흥정해서 받으니 차장 마음대 로인 거 맞는 거죠. 큰돈(500따카 이상)을 내면 바로 거스름돈을 주 지 않고 얼굴 한번 쓱 보고 그냥 가요. 가만 보면 큰돈을 세로로 길 게 접어 손가락 사이에 끼우더라고요. 마치 ‘이건 네 돈이야’라고 알 려주기라도 하듯이요. 다른 승객의 요금을 받아 잔돈이 생기면 그때 거슬러 줘요. 내릴 때까지 거슬러 주지 않는다면 말을 해야 해요. 말이 안 되면 손가락을 가리키면 되지요. 그러면 금세 알아채고 거스름돈을 주고 접어 끼운 돈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으니까요. 난 30따카 냈어요. 차장이 차비를 못 받으면 내릴 때 받아요. 그래도 안 내 고 내리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20따카가 비싸다고 차장하고 싸우다 10따카만 내고 무턱대고 내리는 사람은 봤어요.

버스에는 무채색의 사람들뿐이었지요. 색깔만 그런 게 아니라 표 정도 무채색. 밝음이라곤 아무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어요. 사찰의 천 왕문에 창 들고 있는 사천왕상 마냥 찌푸린 인상을 했고, 한바탕 전 쟁을 치르고 넋을 놓은 군인처럼 맥없는 사람, 썩은 동태 눈깔이라 고 하죠, 초점 없는 눈빛, 그래도 더워서 그러려니 생각했어요. 차는 한국의 시내버스보다 훨씬 작고 좁아요. 좁은 데다 사람은 왜 그리 많이 타는지. 내리는 사람, 타는 사람, 통로에 서 있다는 건 밀착이었고 다른 사람들과 몸을 비빈다는 거였죠. 밀치고 밀쳐서 뒤 쪽 갔지 뭡니까. 그런데 자리가 하나 생긴 거예요. 짧은 순간 망설였어요. 앉을까? 말까? 그래도 앉는 게 낫겠더라고요. 앉았지요. 그런데 그것도 문제였어요. 창문을 닫을 수가 없는 겁니다. 차가 가면 서 내는 흙먼지 바람, 앞에서 오는 차의 흙먼지가 다 내 얼굴로 쏟아져 들어오는 거 있죠. 노란색 먼지바람이 진짜 보인다니까요. 얼굴을 비비니 흙장난한 아이 같더라고요. 얼굴이 까칠까칠했으니까요. 눈을 감는 수밖에 없었어요.


차는 누가 뒤에서 붙잡기라도 한 건지 속도를 못 내더라고요, 정 류장인 듯 한 곳(표시도 없어요)에 다가가면 서지는 않고 한참을 사 람 걷는 속도로 가면서 손님을 길에 토해내고, 또 다른 손님을 주워 싣는 겁니다. 호객 행위는 모든 버스가 다 해요. 버스가 호객한다는 것 이해가 가세요. 그러니 빨리 갈 수가 없지요. 내가 간 거리는 10킬로미터도 안 되는데 거의 1시간을 가더라고요. 막히지도 않는데. 소리는 왜 그리 질러대는지. 빵빵 소리가 끊이질 않았어요. 내가 탄 차만 그런 거 아니에요. 서 있는 차까지도 모두 빵빵, 삑삑거린 다고 보면 돼요. 짧게 울리지도 않아요. 한 번 클랙슨을 누르면 4, 5초는 누르고 있는 거 같더라고요. 그 소리 아무도 안 들어요. 아무 리 빵빵거려도 길을 건너는 사람은 차를 쳐다보지도 않고 건너지요, 길 가운데를 달리는 릭샤도 비켜줄 생각을 안 하고 저는 바쁘다고 줄행랑을 치지요. 그러니 그 클랙슨 소리는 ‘내가 비켜 갈 게 너는 너 가던 길 가’하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더라고요. 버스 겉은 무슨 색인지 알아요? 표현하기가 아주 난해한데, 여러 가지 물감을 종이에 짜서 누르고 살짝 돌린 그런 색. 어렵다. 차에 페인트가 다 떨어져 나가 덧칠했어요. 다른 차와 스쳐서 긁히고 또 페인트가 벗겨졌어요. 페인트가 옆으로 죽 번졌지요. 이걸 수백 번 했다고 생각해 봐요. 무슨 색이겠어요. 빨강, 노랑, 녹색, 하얀색, 색 이란 색은 다 섞인 거지요. 그러니 차체는 또 어떻겠냐고요. 폐차장에 있는 차도 이것보다 백 배, 천 배는 좋을걸요, 뭉그러지고, 망치로 막 두드린 것, 구멍이 뚫리기도 하고, 찢기고 떨어져 나가고, 하여튼 구겼던 종이를 펴서 붙여놓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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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갑자기 출발하면 버스 방귀가 3, 4미터까지 나가요. 만화에서 방귀를 그리는 그 그림 연상 되세요. 정말 그렇게 보여요. 아주 까만색 연기가 뿡. 이 차가 가는 게 신기하다니까요. 번호판은 페인트로 썼어요. 하얀 판에 검은 글씨나, 방글라데시 녹색 판에 하 얀 글씨. 차 색이나 번호판 색이나 그게 그거여서 알아볼 수도 없어 요. 하긴 운전석에 있는 거라곤 운전대 하나뿐이니까요. 계기판은 고 사하고 어떤 차는 깜빡이 켜는 것도 없어요. 오른쪽으로 가려면 출 입문에 매달린 차장이 손짓을 하고, 오른쪽으로 가려면 운전사가 손 짓하는 완전 수동. 아!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요. 한국과는 다른 방 향에. 차의 앞 밖에 있는 뒤를 보는 거울. 그것도 성한 게 없지요, 차체 밖으로 튀어나온 건 모두 파손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차체가 서로를 할퀴고 쥐어뜯은 것처럼요. 심지어 앞 유리도 쩍쩍 금이 가 거나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이기도 했다니까요. 성냥갑에 바퀴를 달 아서 놀던 그런 버스예요.


복잡한 곳에서는 차가 차를 밀기도 해요. 가만히 있다가 물고기가 낚시를 물었을 때처럼 ‘툭’ 치는 것 같으면 차가 부딪친 거예요. 옆을 죽 긁고 가기도 하고요. 차 색깔이 그래서 묘한 아름다운 색으로 변한 거더라고요. 그래도 뭐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원래 낡았기 에 더 낡을 것이 없는 거죠. 그래도 사람을 밀지 않는 게 다행이지 요. 여긴 신호등도 없어요. 다카에 네 군덴가 있는데 (2023년) 4월까진 신호등 운영을 안 했어요. 그런데 6월에 보니까 한 군데 신호등을 운영하더라고요. 그래도 잘 지키지 않아서 경찰이 나와서 지키는데- 22 도 엉키기 일쑤예요. 경찰이 차를 멈춰 서게 하려면 도로를 횡단하는 줄을 쳐서 막아요. 그게 신호등. 신호 줄이라고 해야겠네요. 다카 인구가 2천만 명 정도라고 하는 데 2천만 명 사는 도시의 교통을 나 이론 줄로 통제해도 가능하더라고요. 다른 나라 같으면 난리 날 일이지요. 시내버스는 우리나라처럼 구석구석 가지 않아요. 아니 갈 수가 없어요. 샛길은 차가 다닐 만한 길이 안 되니까요.


샛길은 릭샤, 오토, CNG가 다녀요. 다카 시내버스는 그렇고 다른 곳은 시내버스가 없어 요. 릭샤나 오토, CNG가 그 역할을 하지요. 지역 간의 버스를 타고 가다 내려서 릭샤 같은 것을 타야 해요. 릭샤나 오토, CNG가 없으면 사람들은 아무 데도 못 가지요. 알죠.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걷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요. 자기 집 문을 나서면 ‘릭샤!’하고 손을 들어 부르잖아요. 그러니 이런 것들이 없으면 학교에 못 가요. 시장 도 못 가요. 회사도 마찬가지고요. 비가 엄청나게 내려서 릭샤나 오 토가 멈춰 서면 모든 사람이 멈춰 서요. 학생들도 학교에 안 오잖아 요. 그러니 얼마나 중요한 이동 수단이겠어요, 도시 간의 버스는 에어컨 버스와 에어컨이 없는 버스가 있더라고 요. 지역마다 다르니까 잘 알아보고 타야 해요. 기차나 버스나 가는 시간은 비슷비슷해요. 기차가 지나는 곳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에요. 한 번에 많은 사람이 이동할 수 있으니까요.


버스만 있는 곳은 이동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이 티켓(E-Ticket)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 이 있으나 외국인은 회원 가입이 안 되고 방글라데시 사람이나 인도 사람만 가능하더라고요. 회원 가입이 안 되니 당연히 온라인으로 표를 살 수 없어요. 매표소로 직접 가는 수밖에 없는 거죠. 혼자 버스를 타는 즐거움도 있어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죠. 다카를 교통의 지옥이라고 하잖아요. 한 번 타 보세요. 타서 보면 왜 교통지옥이라고 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거예요. 또 여기 소식 전할게요. 늘 재미난 날 되시고요.


아참! 혹시 다카에 오시게 되면 버스 노선 확인해 보시고 버스 타세요. 아래 인터넷 주소 적어 놉니다. https://busroutebd.com/dhaka-local-bus-rou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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