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코끼리는 목소리로 서열을 정한다

by 서하

바다코끼리(walrus)는 북극권 주변의 바위나 해안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해양 포유류이다.

특히 수컷들 사이에서는 번식기를 전후해 서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싸움보다 목소리로 우열을 가린다는 사실이다.


바다코끼리 수컷은 특유의 울음소리와 고함을 통해 자신의 크기, 힘, 경험, 생식 능력을 드러낸다.

이 소리는 낮고 길게 울리며 서로의 거리와 바다의 환경 속에서도 명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이 울음소리는 낮고 깊으며, 개체마다 고유한 주파수 패턴과 리듬을 갖고 있다.

이 소리를 통해 다른 수컷은 발성자의 체격, 생식력, 나이, 싸움 경험을 추정할 수 있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많은 경우 이러한 청각적 과시만으로 양쪽이 서로의 전투력을 가늠하고 충돌 없이 승부가 정리된다.

이미 졌다고 느낀 쪽은 조용히 물러서고 승자는 싸움 한 번 없이 자리를 얻는다.

물리적 힘이 아닌 정보와 해석의 싸움인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싸움의 비용(부상, 에너지 소모 등)을 줄이는 생존 전략으로 해석되곤 한다.


물론 발성만으로 모든 갈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신호가 비슷하거나 의사소통이 실패한 경우에는 실제 육체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즉, 소리는 1차적인 필터링이자 전략이며, 물리적 힘 역시 생태계 안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서열과 갈등에 대한 1차적인 필터링을 목소리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바다코끼리처럼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싸움을 줄일 수 있다면,

우리가 더 자주 말하고 소통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한 것 아닐까.



어렸을 때, 핑구를 즐겨 보았는데, 핑구 에피소드 중 바다코끼리에게 쫓기는 이야기가 있다.

그때엔 바다코끼리가 막연하게 무서웠는데, 이번에 바다코끼리에 대해 공부하면서 조금은 더 귀여워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기념으로 펭귄과 사이좋게 지내는 바다코끼리의 모습을 AI로 그려보았다 (잡아먹으려고 하는거 아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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