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기분은 명품보다 비싸다

실용성과 의미 기반 소비

by Mira

나는 세 자매인데, 셋이 돈을 대하는 자세가 확연히 다르다.


언니는 있으면 있는 대로 써 버리는 스타일.

갖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일도 참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있으면 있는 대로 써 버리고

"너 돈 있냐?"


동생은 돈을 가오 잡는데 다 써버리는 스타일.

그놈의 가오가 뭐라고.

좋은 물건을 샀으면 당근이라도 하지.

쯧!


나는 예산과 목표를 지키려는 타입

쇼핑과 여행을 좋아하는 여자지만 예산을 넘어서는 무리한 지출은 어릴 때부터 하지 않았다. 간이 작아서 그럴 거다.

나에게 돈은 "자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도구다.


올해 상반기, 예상에 없던 병원비 지출이 좀 많았다.

예산에 없던 돈이 나가버려서 여름휴가는 미련 없이 포기.

셀프 출국금지 모드


일정을 짧게라도 다녀올 수도 있지만 내가 만든 규칙을 흐뜨러 뜨리고 싶지 않은 '오기' 같은 게 발동했다.


텅 빈 여름의 서울을 만끽하는 것도 나의 오래된 루틴이다.


도산공원 근처에서 근사한 브런치 먹고 산책하면서 사람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따. 브런치로는 홀랜다즈 소스가 쪼르르 올라간 연어 샐러드와 알리 올리오 스파게티를 먹으면 좋겠지.

꼬르소꼬모에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디자이너의 독특한 액세서리를 기념품처럼 사볼까.

그래도 비행기 값만큼은 안 드니까 합리적이지 않나.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청담동이나 도산 공원에 평소에는 가지 않으면서, 일본 여행 가면 오모테산도의 명품거리에 가득한 한국인들을 보면 왜지? 싶다.


도쿄에 가면 나는 사카이나 꼼데가르송 같은 로컬 브랜드를 찾는다. 서울보다 20~30% 저렴하고, 세일까지 하면 정말 신나는 득템길.

소비습관 얘기 하다가 잠시 도쿄로 샜지만,

다시 돌아와서,.


소비습관에 대한 기사를 보니 이렇게 정리되어 있다.


1. 감정소비를 절대 하지 않는다

2. 물건보다 시스템에 투자한다

3. 할인을 위해 소비하지 않는다

4.'지출 후 후회'가 거의 없다


감정소비라면 요즘 금융치료라고도 하지.

그 순간 기분이 나아지지만, 문제는 그게 지속성이 없다는 것.


오히려 정신을 차려보면 내가 저런 걸 왜 샀나? 하는 속상함과 텅 빈 통장, 꽉 찬 카드 대금 앞에서 한숨만 나온다. 그러니까 치료가 아니지.


나는 3번에 완전 공감한다.

"싸니까"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특별한 일상템"에 더 집중한다.


매일 입어도 질리지 않는 기본형 셔츠를 질 좋은 제품으로 구비한다.


독특한 컬러의 양말이나 스커프로 특별한 기분을 연출한다.


옷장 속 아이템을 팔레트의 물감처럼 갖추면 별생각 없이 입어도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는 스타일이 완성된다.


나는 하루의 기분이 옷의 컬러(양말 포함)와 스타일에 따라 강력하게 지배받는 편이다. 그날의 기분에 꼭 맞는 옷을 입으면 하루가 즐겁고 편하다.


내 소비의 기준은 두 가지.

1. 필요한 것은 가성비를 본다

2. 갖고 싶은 것은 의미를 본다.


예를 들어 핸드폰 거치대나 충전기는 '필요한 것'

샤넬 빈티지 시계는 '갖고 싶은 것.'에 속한다.


필요한 것에는 실용을

갖고 싶은 것에는 의미를 둔다.


명품 브랜드 로고만 봐도 분수처럼 도파민이 뿜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로로 피아나

페라가모

에르메스

샤넬


그런데 이제는 미국 주식 티커에 설렌다.

이 회사는 얼마나 멋진 사업을 하나?


세일이나 할인 쿠폰 때문에 사는 물건보다는

그날 우연히 눈에 띈, 마음을 움직이는 그 물건.

운명처럼 만나서 오랫동안 소중하게 여긴다.


돈을 모으기 위해 소비를 줄이다 보니

단 한 번의 소비에 더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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