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해했는데,
그는 참기만 했다

남과 여의 같은 마음 다른 마음

by 정혜영

나는 이해했는데, 그는 참기만 했다.


"나는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사실 괜찮지 않았다.

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그날 밤, 나는 혼자서 울었다.

사람은 각자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


나는 말을 꺼냈고, 그는 침묵으로 버텼다.

나는 설명하려 했고,

그는 그냥 지나가려 했다.

나는 감정을 나누고 싶었고,

그는 감정을 숨기려 했다.

그는 참는 게 이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해하니까 표현하는 거라고 믿었다.


결국,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위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은 말하지 않으면,

오해로 남는다.


참는 사람은 점점 멀어지고,

이해하려는 사람은 점점 지쳐간다.


나는 그가 말을 해주길 바랐고,

그는 내가 알아주길 바랐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점점 대화가 줄었고,

마음은 멀어졌다.

사소한 말실수도, 짧은 눈빛 하나도

그저 넘기지 못하고 마음에 남았다.

왜냐하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맞춰가는 게 아니라,

닿으려는 노력이다.

말하지 않는 사랑은,

어느 순간부터 사랑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참는 사람이 늘 옳은 것도 아니고,

이해하는 사람이 늘 강한 것도 아니다.

감정은 숨기면 쌓이고,

쌓이면 결국 터진다.


나는 이해했는데, 그는 참기만 했다.


그 말은 결국,

"나는 다가갔는데, 그는 벽을 세웠다"는 말과 같다.


그 벽 앞에 선 나는,

계속 두드릴 수는 없었다.


누군가를 오래 사랑하고 싶다면,

이해만큼, 표현도 해야 한다.


감정을 나누는 일은,

사랑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니까.

그리고 그 약속이 지켜질 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의 마음 안에서

진짜로 "괜찮아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는 사람 앞에선
나만 계속 참을 필요는 없다.

내가 무너져가면서까지 이해하는 건,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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