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용서해야 내가 편해질까

남녀의 같은마음다른마음

by 정혜영

그 사람을 용서해야 내가 편해질까


이별 후 시간이 꽤 지났다.
그 사람과의 모든 연락도 끊긴 지 오래고,
서로의 일상은 이제 전혀 닿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아직도 그 사람 생각이 날까.
왜 여전히, 가끔 억울하고 화가 날까.

“용서하면 너의 마음이 편해져.”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정말 그 사람을 용서해야 내가 편해지는 걸까?


그 사람은 나에게 분명한 상처를 줬다.
무책임한 말들, 갑작스러운 이별, 그리고 마지막에 남긴 침묵.

그 모든 순간을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지고, 눈물이 솟구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상처가 저절로 아물진 않았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아직도 나는 그때의 나를 붙잡고 있었다.

용서란 무엇일까.
모든 걸 잊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걸까?

그 사람을 이해하고, 다시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는 걸까?

아니다.


용서란, 그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이 아니라
더 이상 내 감정이 그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도록 나를 지키는 일이다.


나는 그 사람을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다.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감정 그대로 가지고 있어도,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제 그 사람의 그림자에 반응하지 않는 나를 만드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사람을 잊으려 애쓰기보다,
그 사람이 더 이상 내 감정의 주인이 아니게 만드는 것이다.

감정이 올라올 땐 그걸 부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자. “아, 아직도 아프구나.” 하고.

그리고 그 순간마다,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임을 기억하자.

언젠가는 그 사람을 떠올려도
아무런 감정 없이,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기를.

그게 내가 나를 온전히 회복했다는 신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비로소 "진짜 용서"의 문 앞에 서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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