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같은 마음 다른 마음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을 다시 사랑하고 싶다기보다,
그때의 나, 그때의 공기,
그때의 온도로 돌아가고 싶다고.
사랑은 끝났지만,
그때 함께 보낸 계절은 너무도 선명해서
그 기억 자체를 그리워하게 된다.
그 사람과의 관계보다,
그때의 내 감정이 그리운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회귀 욕구(emotional nostalgia)'
라고 한다.
특정 감정이 강하게 연결된 시간이나 공간을
우리의 뇌는 더 따뜻하게 기억한다.
그래서 그 감정에 접속하고 싶을 때,
우리는 '그때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다시 사랑하고 싶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그때처럼 설렜던 내가 그립고,
그 시절이 그립고,
그 감정 속에 살던 내가 보고 싶은 것일지도.
그래서 우리는 가끔 착각한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라고.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그 사람보다
그 시절의 나를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움이 향하는 대상이 '사람'인지 '기억'인지 구분하자.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에게 진짜 필요한 걸 물어보자.
사랑은 끝나도, 기억은 남는다.
기억이 그립다고 해서, 사랑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냥 좋았던 그때는,
그 시절의 우리에게만 존재하니까.
헤어진 지 꽤 지났고,
그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과 잘 지내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가끔 문득,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때 내가 했던 말, 그가 했던 행동,
차갑게 돌아선 뒷모습까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감정이 떠오른다는 건 내가 인간답다는 증거다.
감정은 자주 돌아온다.
하지만 매번 같지는 않다.
어느 날은 눈물로,
어느 날은 미소로,
또 어느 날은 아무 느낌 없이.
그렇게 감정은 조금씩 흐릿해진다.
그리고 그 흐릿함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이별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