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쉼과 사계절이 담긴 장롱

방 이야기

by 김진심

지이이잉, 지이이잉, 아침 7시 30분 알람 진동에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는다. 게슴츠레 뜬 실눈으로 보이는 화면 속 ‘학교 가자♡’, 잠결에 알람을 껐지만 5분 간격으로 3회 맞춰놓은 진동은 다시 울리기 시작한다. 몽롱한 정신으로 마지막 알람을 해제하고 이불 밖으로 나와 아침을 맞이한다. 참, 개운하지가 않다.


또 어떤 날에는 알람 전 눈이 떠지고 아주 맑은 정신으로 깨어나 상쾌한 아침을 만나는 날도 있다. 누구나 잠을 자고 일어나는 일은 매일 반복하지만 아침의 모습은 저마다 그때그때 다르다. 아이들에게는 잠이 보약이라며 입이 닳도록 얘기해 주면서 정작 우리는 공짜 보약을 줘도 못 먹는다.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만큼 온전한 쉼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거실에는 가족이 모이고, 주방에서 잘 먹기 위해 공들인다면 잘 쉬기 위해서는 편안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공간 속에 있으면 좋다. 가족 구성원은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편안함을 추구하며 충분하게 휴식을 취한다.




안방 문을 열고 들어온다. 내가 마주한 풍경은 침대 하나, 장롱 하나, 장롱 끝 벼리의 켄넬, 3단 서랍장과 그 앞 등받이 없는 작은 의자 하나, 서랍장 위에 올려진 거울 하나까지 보인다. 벼리와 같이 살게 되면서 방 한쪽에 켄넬 자리를 내주었고, 이것만 제외하면 13년 된 가구만 알맞게 배치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하얀 벽면과 우드 톤 가구의 조화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면 안방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시키고 침대 위 이불과 패드의 먼지를 털어낸다. 아이들 방도 마찬가지로 하고 난 후 돌아와서 침구 정리하는 시간은 1분이면 된다. 침대 위 가지런히 놓여있는 베개와 정리된 이불은 단정해 보이고,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는 언제든 다시 돌아와서 편하게 쉴 수 있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쉬는 공간의 위생과 건강을 위해서 베개커버는 4일에 한 번 정도, 이불과 패드는 한 달에 1~2회 정도 세탁하고 건조기를 사용하여 털어주기도 한다. 보송한 이불만으로도 꿀잠 예약이다.


인간생활의 기본인 ‘의식주’, 먹고 자고 그다음은? 입는다. 요즘 집 안에는 다양한 방이 존재한다. 공부방, 운동방, 옷방, 취미방 등 저마다 원하는 대로 공간을 꾸미는 시대다. 방의 개수가 제한적이지 않다면 바라는 만큼 가능하겠지만 보통의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 우리 집은 화장실과 다용도실, 계단 밑 창고를 제외한 방은 딱 세 개다. 부부의 방, 아이 두 명의 방을 하나씩 갖게 되면 제로다. 그래서 각자의 방에서 옷을 꺼내어 입는다.


장롱 속은 사계절이 들어있다. 봄과 가을은 비슷하니 하나로 쳐도 여름과 겨울은 완연히 다른 옷으로 하늘하늘 얇은 반팔티에서부터 두꺼운 솜이 빵빵하게 들어있는 겨울패딩까지, 8 자 장롱 안에는 나와 남편의 사계절 옷 그리고 이불까지 있다. 원래부터 물욕이 크지 않은 사람이라 가능했을까? 아니다. 옷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은 집집마다 다르지만 그에 맞춰 옷이 넘쳐흐르지 않게끔 사계절을 담아보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간단한 팁을 보태면 옷걸이를 활용하여 티셔츠, 바지, 치마 등 걸어두는 게 가장 좋다. 걸리지 못한 옷은 구겨지지 않게 잘 개어 적은 양만 눕혀서 포개지만 그 이상은 세워서 옷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다. 옷을 위로만 포개놓으면 맨 아래에 있는 옷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그리고 같은 종류의 옷끼리 함께 있어야 고르기가 편하고 옷 찾는 시간도 절약된다.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을 모두 신경 써서 지키려면 너무 어렵다. 그것보다는 나에게 잘 어울리는 단정한 옷이면 어떨까? 한 번쯤은 진심으로 생각해봤으면 한다. 옷을 소비하는 돈과 옷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환경문제, 버려지는 옷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말이다. 그리고 내가 입는 사계절을 여러 해 함께 하길 바라본다.




오늘도 단정한 방에서 꿀잠을 자고 일어나 나다운 옷을 입고 하루를 시작한다.


언제든 쉴 수 있도록 말끔하게 정돈된 방
작년 정리수납 시간에 배운 대로 실천한 장롱 속


이전 10화덜어낼수록 덜게 되는 수고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