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이야기
‘깨끗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깨끗함을 바라보며 마음이 언짢아지는 일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진다. ‘깨끗함의 기준’이라는 게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기준은 보통의 비슷한 생각으로 모여지거나 면밀히 들여다보면 온 세상 사람들마다 다를 것 같긴 하다.
아이들과 함께 학교 가는 길, 노란색 조끼를 입은 어르신들은 봉투와 집게를 들고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담고 계신다. 소일거리와 더불어 걷고 계시는 그분들은 건강한 아침을 맞이하고, 우리는 깨끗해져 가는 거리를 보며 감사함에 따뜻한 마음이 스며드는 아침이다. 누군가의 배려로 깨끗함이 보이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이 배려의 끝은 우리다. 깨끗함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함께 애쓰는 마음 말이다.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욕실, 집 안에 최소 하나 이상은 있기 마련이다. 각방처럼 개인 욕실이 따로 있지 않으니 당연히 공유해야 한다. 그 안에서 몸을 씻고 볼일도 보는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지만 내가 나간 뒤 언제든지 누구라도 이곳에 들어온다는 사실은 꼭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뒤를 돌아보자', 정말로 배려가 필요한 곳이 아닐까?
욕실에는 소모되는 것들이 많다. 물, 샴푸, 린스, 바디워시, 치약, 칫솔, 휴지 등등.. 혼자만 쓰는 것이 아닌 대부분 함께 쓰고 있기 때문에 아껴 쓰고 사용 후 아무 데나 두지 않고 제자리에 두어야 한다. 특히 휴지를 사용하고 몇 장 안 남은 것을 보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다음 사람을 위해서라도 새 휴지를 걸어두고 소소한 배려를 실천하면 된다.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와 집안 정리를 시작한다. 보통 월요일은 집안 먼지를 털어내고, 어느 날은 이불 빨래를 하는 날도, 종종 건조기와 공기청정기 필터청소를 하는 날도 있다. 간단한 일과는 다르게 넉넉한 시간을 써야 하는 욕실이 있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세밀히 보려고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욕실 청소를 미루면 미룰수록 정리시간은 두 배가 되고 세 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시력이 좋은 건지, 남편과 아이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게 자꾸만 보인다. 깨끗함의 기준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네 식구 안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정도면 깨끗하지 뭐.” 하며 넘겨볼까 싶지만 도무지 그러지 못하니 혼자서만 피곤할 뿐이다. 욕실은 수시로 물을 사용하는 곳이라 일주일만 청소하지 않아도 물때와 분홍색 박테리아가 청소하라고 슬며시 알려준다. 대충 없애면 점점 더 진하게 올라오니 대청소를 안 할 수가 없다.
미니멀한 삶을 살아가며 욕실용품을 많이 줄였다. 현재 있는 건 비누와 샤워타월, 샴푸, 손세정제와 양치컵 하나씩 있다. 욕실 수납장에는 수건 8장, 그 위 칸에는 발수건 2장, 위생용품이 들어있고 바디로션, 클렌징오일, 남편의 쉐이빙폼과 면도기, 칫솔 살균기, 치약, 치실, 나의 화장품 두 종류만이 선반 위에 비치되어 있다. 꼭 필요한 것만 남아있는 욕실에서 물건을 치워가며 청소하는 일은 덜해졌고 관리는 전보단 수월해졌다.
반짝거리는 수전만으로도 욕실은 깨끗해 보인다. 아직까지 욕실담당 청소는 온전히 나의 몫이지만 함께 배려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자. 양치 후 세면대 안에 물을 뿌려주는 일, 샤워 후 욕조 거름망에 걸린 머리카락을 치우는 일, 젖은 수건은 세탁기 앞 건조대에 펼쳐두는 일, 스퀴지를 이용해서 바닥 물기를 제거하는 일, 볼일을 본 후 뒤를 돌아보고 흔적 없애는 일 등 간단한 일들이 습관처럼 몸에 베이면 서로를 위한 배려는 자연스러워진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너도 저만큼 해야지.' 강요받는 배려로 계산적일 필요가 없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너는 덜 해도 괜찮아.' 작은 배려가 이루어지면 그 마음은 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