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이야기
“어? 여긴 언제 오픈했지?” 가끔씩 양평에 있는 카페를 검색하다가 나오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를 하고 나서 커피타임을 즐긴다. 나 역시 카페를 찾아다니며 커피 한잔의 여유에 진심인 사람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더라도 그 지역에 있는 커피집은 틈틈이 찾아보고 꼭 한 곳은 들러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카페 문 밖으로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꽃 화분과 초록나무의 풍경은 눈길을 이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라인더에 갈아지는 원두소리와 추출된 에스프레소의 향은 내 귀와 코끝을 자극한다. 가게 문 앞에서부터 고소하고 진한 초콜릿 풍미가 가득한 커피 향을 맡게 되는 날은 마음이 들뜬다.
안과 밖을 연결해 주는 문을 열고 기분 좋게 입장하면서 한 번 생각해 본다. 혹여 문 앞에 택배상자라도 층층이 쌓여있거나 지저분해 보이는 쓰레기통이 있다면, 문 안으로 들어와서 꿉꿉한 냄새라도 난다면 아마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짧은 순간이지만 드나드는 공간으로부터 유쾌와 불쾌는 한 끗 차이가 되기도 한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시로 들락거리는 현관에서 편안함도 불편함도 만날 수 있다. 사실 현관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세심하게 살펴보는 일은 다른 공간에 비해 덜하다. 우리는 매일매일 많은 흙먼지가 묻어있는 신발을 벗고 거실로 발을 옮겨 집 안으로 들어간다. 네 식구가 살고 있는 나의 집에서 현관에 있는 신발은 가족 수대로 네 켤레, 가볍게 왔다 갔다 하며 신는 슬리퍼 네 켤레까지 더하면 여덟 켤레다. 한 사람 채 눕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 신발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불편하다.
불편함을 편안함으로 바꿔주는 건 간단하다. 신발을 가지런히 한 방향으로 두면 된다. 집안에서는 하루하루 청소기로 집먼지를 빨아들이는데, 현관바닥은 자주 하기가 힘들다면 매일 신발만이라도 정리해 보자. 편안함은 절로 느끼게 된다. 집으로 돌아와 각자의 신발을 가지런하게 벗어놓는 것이 베스트, 어린아이에게는 일상의 간단한 습관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부모는 정리된 신발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얘기해 주면 좋다.
우리 집에는 수납공간을 별도로 만들지 않아서 처음부터 현관에 신발장 겸 수납장을 한 벽면에 만들었다. 사계절 신발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잡동사니가 칸칸이 모여있다. 자주 사용하는 생활용품은 손이 닿는 위치에 두고 일 년에 한두 번 사용하거나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둔 물건은 의자에 발을 밟고 올라가서 꺼내야 하는 높은 위치에 있다. 이곳은 아마도 갈 곳을 잃은 물건들이 뒤죽박죽 섞인 듯싶다.
한 공간 안에 필요이상으로 많은 물건이 뒤섞이면 기억의 어려움, 불편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운동화 상자나 플라스틱바구니를 이용하여 물품별로 분류를 했다. 말 그대로 분류상자로 물건을 생각해 낸다. 흩어져있는 물품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묶어서 정리를 하니 찾고자 하는 물건이 한눈에 보인다. 이로써 기억해내지 않아도 되는 마음속 편안함이 생기고, 분류상자만 보고 빠르고 정확하게 물건을 찾을 수 있는 편리함이 더해진다.
"여보, 차 키 어디 있어?" 부부간에 오가는 말들 중 한 번쯤은 있을만한 대화의 시작이다. 꼭 바쁘게 나가야 할 땐 차 키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자리가 있다. 신발수납장 맞은 벽에는 차 키, 모자, 손전등, 작은 공예품들이 있다. 모자는 자주 쓰는 편이고 주택살이로 밤에 잠깐이라도 나가려면 손전등은 언제나 필요하다. (집 옆에 가로등이 하나밖에 없음) 공예품은 없어도 그만이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물건이라서 존중해주고 있다. 어버이날에 아이들이 만들어 온 향기 나는 카네이션도 향은 날아갔지만 아직 머물고 있다.
습관처럼 언제든 제자리에 있는 차 키로 손을 뻗어 열쇠를 쥐고 모자도 잠깐 쓰고 현관문 밖으로 나간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는 미리 자동차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틀어놔야만 아이들 등굣길이 시원하다. 등교 후 다시 돌아온 집 앞, 삐비빅 도어록을 누르고 문을 연다. 오늘은 싸리 빗자루로 현관바닥을 가볍게 쓸어 흙먼지를 밖으로 내보내고 남아있는 신발은 당연히 가지런하게 놓아준다.
눈에 띄게 무엇을 열심히 하는 일에 보람이 따를 수 있고, 별 거 아니지만 지속하는 소소한 일도 굉장히 값진 일이 되어 만족감을 가지게 된다. 현관을 깔끔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마음을 올바르게 쓰는 것처럼 신발도 매일매일 바르게 정리해 보자. 잠깐이지만 오가는 그 공간 속에서 유쾌한 하루가 시작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