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야,
바람 좀 일로 부는 거 가려봐라
연탄불 들어가버리면
고기 다 타”
할아버지는 쪼그려 앉아
작은 연탄화덕 앞에 불을 붙이고 계셨다
깊은 양은 대야엔
엄마가 간장 양념에 재워둔 불고기가 담겨 있었고
그 위엔 깨가 송송, 참기름이 은근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석쇠를 얹자마자
지글지글 소리가 났다
하얗게 오른 연탄불 위로
고기에서 배어나온 양념이 떨어지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나는 그 연기가
꼬리처럼 뻗어 할아버지 얼굴에 닿는 걸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손으로 툭툭 쓸어내시며 말씀하셨다
“이건 그냥 고기가 아니여
불이랑, 기다림이랑,
손끝 감각까지 다 들어간 음식이지”
고기 한 장 한 장
조심히 얹고,
금방 익으니 눈을 떼지 않고
뒤집는 타이밍은
말없이, 그러나 정확하게
“요거는 연탄불 맛이여.
기름이 빠지고,
속살만 남지”
고기에서 바람 냄새가 났고
불맛이 배어 있었다
가끔은 너무 익어서 가장자리가 바삭했는데
그게 오히려 맛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한 점을 들고
밥 위에 올렸다
입 안 가득
단맛, 짠맛, 탄맛
그리고
할아버지의 시간
할아버지는 내가 먹는 걸 흐믓하게 지켜보다
내 그릇에 또 한 점 올려주셨다
“불고기는 먹는 게 아니고,
굽는 걸 지켜보는 음식이여
같이 있는 게 중요한 거니까”
그 말은 어릴 땐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날, 불 앞에 함께 앉아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뜨거운 기억이 된다는 걸
석쇠 위 고기는 다 사라졌지만
그날의 연탄불은
아직도 내 마음에서
지글지글 꺼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