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에 앉는다는 것
다 식은 줄 알았던 밥상에서 다시 김이 피어날 때
《같은 상에 앉는다는 것》
1권을 쓰던 그 시간은
어떤 계획이나 계산이 없었다.
그저 다섯 살 경화와 할아버지,
그 둘 사이에 놓인 밥상 하나가
기억 속에 너무 또렷해서
나는 조심스럽게 그 상을 글로 꺼내 놓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조용한 밥상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앉아주었다
‘나도 그런 조기를 먹었어요’
‘저도 무 위에 앉은 고등어 기억이 나요’
‘우리 할아버지는 된장국에 파를 꼭 넣으셨어요’
그 댓글들, 반응들,
그리고 따뜻한 마음들이
내 글에 조용히 숟가락을 얹어주었다
나는 정말 몰랐다
그 조용한 겸상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데워줄 줄은
1권이 그렇게 사랑받고
사람들 마음속에 남을 수 있었던 건
그 밥상이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우리 모두의 밥상이었고
누구나 그 자리에 한 번쯤 앉아 있었던 기억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다시 밥상을 펼친다.
다시 불을 올리고
다시 조기를 손질하고
다시 무를 도톰하게 썰어 깔며
그때 그 따뜻한 식사의 연장을 시작하려 한다.
이 글은
1권의 뒤를 잇는 이야기이면서
또 다른 시작이다
말이 적은 할아버지와
숟가락을 아직 서툴게 쥐는 경화
그 둘이 나란히 앉아
조용히 밥을 먹고,
세상을 배우고,
사랑을 씹는 이야기
이제 다시
밥상이 놓였다
다 식은 줄 알았던 그 자리에서
오늘도 김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