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중 대화에 대하여
“할아버지, 왜 밥 먹을 때 조용히 하래?”
경화가 밥숟가락을 멈추고 물었다
방금까지 오물오물하던 입술엔
참기름 윤기 도는 나물이 얌전히 머물러 있었고
그 옆에는 아직 말을 꺼내지 못한 반찬들이
조용히 숨을 죽이고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는 천천히 국을 한 숟갈 떠드시더니
작은 숨을 고르듯 말했다
“말을 아낀다고 해서 밥맛이 쓰지는 않아
근데 밥보다 말이 많으면
그건 밥이 아니라 수다로 끼니를 때우는 거지”
경화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돼?”
“아니지. 밥상은 사람이 같이 앉아
마음을 나누는 자리기도 하니까
말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언제’ 말하고 ‘얼마큼’ 말할지를 아는 게 중요하지”
경화는 젓가락을 들다가 멈추었다
마치 젓가락으로 말의 양을 재보는 듯
공기 중에 선을 그었다
“밥 다 먹고 말하면 안 돼?
그럼 입에 밥 안 튀고 좋잖아”
할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게 가장 예쁜 말씨란다
밥 한 숟갈 삼키고
물 한 모금 넘기고
그 사이 여백 속에 조용히 피어나는 말
그런 말이 듣는 사람 마음도 살찌우지
밥을 씹을 때는 밥의 소리를 듣고
사람 말을 들을 때는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하니까”
경화는 할아버지 말씀을 듣고 조용히 밥을 씹었다
‘밥의 소리’라는 말이 궁금했지만
입안에서 톡 터지는 콩나물의 숨소리가
방금 할아버지 말과 겹쳐져
뭔가 알 것도 같았다
밥상이란,
모두가 말하지 않아도
같은 온도로 마음이 익어가는 자리
그리고 그날 이후로
경화는 밥상에서 입이 심심할 정도의 대화가
가장 따뜻한 대화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