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할때 마음이 담긴단다
“경화야, 다른 사람이 집에 오면 갈 때 반드시 빈손으로 보내지 마라.” 엄마는 꼭 그렇게 말씀하셨다. 말투는 조용했지만 단호했고, 그 안엔 수십 년을 살아낸 사랑의 방식이 담겨 있었다. “이 세상에 누가 일부러 너희 집을 찾아오겠니, 오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야. 그러니까 그냥 돌려보내지 말고, 뭐라도 네 손으로 정성껏 싸서 보내드려. 조금만 손이 가도 받는 사람은 그 정을 평생 기억해.”
엄마는 시장에 가면 항상 물건을 넉넉히 사오셨다. 사과는 단단하고 빛나는 것으로, 오이는 곧고 맑은 향이 나는 것으로, 무나 배추도 두세 개 더 담아오셨고, 때로는 수세미나 국수 한 단, 천 원짜리 양말까지 여분으로 사오셨다. 집에 돌아오시면 주방 한켠에 자리를 펴고 그걸 하나하나 다듬고 씻고 포장하셨다. 작은 반찬통에 반듯이 담고, 뚜껑을 닫고, 그 위에 손수 리본을 묶으셨다. 종이 한 장에 “잘 드세요”라고 써 붙이던 날도 있었고, 싸리꽃 무늬가 수놓인 손수건을 덮던 날도 있었다. 나는 그런 엄마의 등을 보며 자랐다.
그땐 몰랐다. 왜 그렇게까지 손이 많이 가는 일을 매번 하시는지, 왜 그렇게 예쁘게 싸서 보내야 하는지. 그저 엄마는 늘 그렇게 하셨고, 나는 그게 세상의 당연한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상을 살다 보니, 엄마의 그 말이 마음속에서 자꾸만 피어올랐다. ‘마음까지 같이 줘야 해.’ 그 말은 이제, 내 삶의 방식이 되었다.
이제는 내가 어른이 되어 누군가 내 집을 찾아오면, 문득 그 말이 가슴 깊은 곳에서 조용히 일어난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 냉장고 안 피클병 하나를 꺼내 예쁘게 포장지에 싸고, 자수를 놓은 소창 행주를 곱게 접어 함께 담는다. 그건 그저 담아두었던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미리 준비해둔 마음이다.
엄마는 나에게 ‘주는 일’을 가르쳐주신 게 아니라, ‘기다리는 일’을 먼저 가르쳐주셨다는 걸 이제서야 안다. 누가 올지 모르는 날에도 미리 사두고, 미리 포장하고, 미리 리본을 묶는 그 마음. 그건 손님의 발걸음을 환영하는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품는 준비였다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엄마가 남겨준 그 말을 삶의 리본처럼 조심히 묶어간다. 받는 이보다 건네는 이가 더 따뜻해지는 그 마법, 그건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작고 조용한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