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단 한번인 참새구이

그래서 더 소중한 추억

by 마르치아



여름만 되면 우리 가족은 경기도 여주의 큰이모네로 휴가를 떠났다. 서울보다 조금 더 느리고 따뜻한 마을이었다. 큰이모댁 마당 한켠엔 우물이 있었고 그 옆에는 장독대와 아궁이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저녁이 되면 마을 여기저기서 불때는 냄새가 났다. 수숫대 껍질이나 콩깍지, 고추대를 모아 아궁이에 넣고 밥을 짓거나 무언가를 삶아내던 시간이었다. 그 연기와 냄새는 논길을 따라 천천히 퍼져나가 여름 저녁의 공기 속에 따뜻하게 배어들었다.


그날도 마당에서는 숯불이 벌겋게 타올랐고 엄마는 저녁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으며 할아버지는 낫을 들고 텃밭을 한 바퀴 둘러보고 계셨다. 해가 넘어가자 이모부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셨고 할아버지는 조용히 한마디 하셨다.



“사위, 오늘은 참새 한 마리 잡아오게. 우리 경화, 구워줘야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모부는 장인어른의 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마치 전쟁에 나서는 장수처럼 낫을 내려놓고 천천히 마당을 가로질러 나가셨다. 그 뒷모습은 어쩐지 의젓했고 나는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얼마 뒤, 참새는 정말로 잡혀 돌아왔고 아궁이 앞 석쇠에 올려졌다. 굵은 소금이 몇 알 박힌 참새는 시뻘건 숯불 위에서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구워졌다. 버얼겋게 타오른 숯 위에는 콩을 깠던 껍데기와 줄기들이 함께 타들어갔고 냄새를 맡은 메리는 우물가에 묶여 억울한 소리로 가끔 울어댔다. 참새는 이미 소금 간이 되어 있었고 할아버지는 그것을 참기름에 살짝 찍어주셨다.



다 익은 참새 다리를 하나 조심스레 떼어 호호 불어 내 접시에 놓아주셨다. 그 순간 엄마, 할아버지, 큰이모, 큰이모부가 내가 오물거리는 입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내 눈엔 그 참새가 통닭처럼 커 보였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그 맛은 잘 구워진 고등어 같았고 난 입속의 고기를 천천히 씹으며 삼켰다.


어둑어둑 달이 떠오르는 동안 전쟁에서 돌아온 장수처럼 이모부는 이모의 등목을 받았다. 그런 모습을 할아버지와 나는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풀벌레들이 스르르 스르르 울어대면 우리는 모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참새구이만 먹어서 되겠냐며 밥을 주시겠다고 했지만 나는 배가 그득하게 불러왔다.


나는 그 이후로 참새구이를 단 한 번도 다시 먹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날의 이모부의 사랑, 할아버지의 따뜻함,

그리고 가족들이 나 하나를 위해 쏟아준 특별한 사랑을 기억하며 지금의 삶을 조용히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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