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은 언제나 소리 없이 진행된다
한 송이 꽃이 고개를 떨구듯,
한 사람의 마음이 말없이 식어가듯.
그 슬픔은 환호하지 않고 다만 조용히,
하루치 햇살보다 조금 덜 뜨겁게 숨을 고를 뿐이다
나는 그런 이별들을 사랑했다
끝내 다 말하지 못한 진심들이
공기 속에 남아 부유할 때,
그 잔향은 언제나 진짜였으니까
죽어가는 모든 것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고 싶다
사라진다는 건 존재했다는 증거니까
그 짧은 반짝임에도
누군가는 마음을 내어주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사라지는 것들을 끝내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