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묻는 이 계절에도
당신의 잔향은 여전히 물비늘처럼 떠다닙니다
나는 이름 없는 감정의 파편들 사이에서
한때 당신이었던 장면들을 천천히 되감곤 해요
해류처럼 나른했던 말투,
손끝에 남던 온도의 잔상,
모래알처럼 흩어지던 웃음들.
그 모든 것이 무심히 내게 침식되었고
나는 어느새 당신의 계절에 함몰되어 있었지요
햇살은 저물 줄을 몰랐고
바다는 끝내 단 한 번도
내 물음을 되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나는—
당신을 등대처럼 멀리서 바라보며
한참을 선회하다가
어느 날 조용히 표심을 가라앉히는 법을 배웠습니다
지금의 나는
당신이 남긴 한여름의 서한을 읽는 듯해요
촉감 없는 음성들,
번역되지 않는 시선들,
그리고 결국엔 닿지 못한 마음 하나.
다만, 그 모든 것이
이 계절을 유일하게 찬란하게 만들었다는
사실만은 지울 수 없어
나는 오늘도 이 여름에 발자국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