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끝내는 건 언제나 작은 무너짐이야
가로등 아래 늘어진 그림자처럼
내 마음도 천천히 늘어지다 결국 스러지지
그래도 나는
오늘을 낭만해
슬픔은 종종
달빛 아래서 더 예뻐지고
허기는 재즈 한 곡에 가볍게 묻혀지니까
내가 사랑한 건 그 누구도 아닌
불확실한 순간에 반짝이는 감정들이었어
촉촉한 밤공기,
늦게 잠든 창가,
우연히 지나친 눈빛 하나.
그 모든 게 이유 없이 나를 살아가게 했어
상처도, 미련도, 가끔은 그리움조차도
전부 안은 채로, 나는 오늘을 낭만해
부서진 마음 한 조각쯤은
달빛에 비춰 반짝이도록 그대로 두자.
그 조각도 시처럼 밤에 머물게 하자
그러니까,
무너진 하루 끝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시 한 줄처럼 살아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