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노래를 들었지만

너는 첫 소절의 멜로디를,

나는 마지막 가사의 숨소리를 기억했어

너는 후렴이 시작되면 볼륨을 높였고

나는 잔잔해질 때야말로 진짜 마음이 들린다고 생각했지

너는 흥얼거리며 창밖을 보았고

나는 가사 하나하나에 너의 얼굴을 덧입혔어

같은 노래였지만

네가 들은 건 여름이었고

내가 들은 건, 너였어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 멜로디가 흐르면

너는 그때를 웃으며 떠올리겠지만

나는 그때의 나를, 조용히 삼켜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