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엔 당신의 이름을 썼어요
검은 잉크로, 지워지지 않게.
그 뒤로는 아무 말도 없이 오래도록 울었습니다
내 마음은 언제나
폐허를 연습하는 중이었어요
감정을 붙잡았다가,
결국엔 허물처럼 떨구는 일을 반복했거든요
당신이 스쳐간 자리마다
눈물보다 짙은 고요가 남았고
그 고요가 내 안을 서서히 잠식했어요
사랑은, 지금 생각하면
하루하루 감정을 갉아먹으며
내 마음의 벽지를 뜯어내던 정교한 균열이었지요
나는 무너져도 아름답고 싶었고
당신은 끝내 그걸 이해하지 못했어요
기울어진 구절마다
갈라진 말들이 울고 있었고
그 말들은 결국 나라는 이야기를 만들어갔습니다
이 자서전은 완성되지 않을 거예요
폐허가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소멸된 건 아니니까요.
나는 오늘도 당신이 머물던 이야기 위에서
잊힌 숨결을 매만지며 또 하루를 써 내려갑니다
무너지되,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방식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