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일을 찾는 또 다른 방법
지금까지 내가 끌리는 것을 찾고 맞지 않는 것을 소거해 나가는 것으로 나의 업 가치관과 내게 맞는 일을 찾았다고 했다. 이제는 내게 맞는 일을 찾는 마지막 방법, ‘미래의 내가 무엇을 잘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내 일을 찾는 또 하나의 기준
작년 봄 퇴사를 결정했다 번복했던 적이 있다. 그동안 브랜드사에서 마케팅을 하다가 처음 유통, 이커머스 산업군으로 갔을 때였다. 브랜드는 '우리 브랜드는 이런 곳이에요.'라는 메시지를 얼마나 잘 만들고 이를 어떻게 잘 전달하는지에 따라 우리 브랜드가 컸지만 이커머스는 그 문법이 달랐다. 다른 곳에서도 파는 브랜드, 상품을 팔다 보니, '우리 플랫폼은 이런 곳이에요.'라는 메시지보다는, 우리 플랫폼이 얼마나 더 싸게 판매하는지에 따라 매출액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우리가 판매하는 브랜드들 중 어떤 브랜드를 강조하는지에 따라 고객들이 우리 플랫폼을 인지하는 모습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기존의 문법과 전혀 다른 곳에 온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돌이켜보면 나는 수영 선수인데 등산을 해야 하는 느낌이었다. 내게 끌리는 일을 찾고, 내게 맞지 않는 일을 소거해 나가면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제는 알고 있었다. 내가 수영선수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물론 등산을 하는 것이 좋은 수영선수가 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잘하는 것을 발휘하는 느낌은 아니라서 여기서 계속 등산하는 것이 맞을까 라는 고민을 했다. 그래서 이커머스라는 비즈니스가 더 배워야 하는 영역인지, 그래서 이 영역도 시간과 노력을 부으면 내가 브랜드에서 일했던 것만큼 능숙해지는 시기가 오는 것인지, 아니면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만두어야 하는 영역인지가 헷갈렸다. 하지만 회사라는 곳은 내 쓸모를 계속 묻는 곳인 만큼 ‘내가 잘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남을 수 없고, 나 역시 회사에 도움이 되어야 하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대표님께 퇴사 전 그래도 많이 배웠고 감사했다는 말씀도 드리고 커리어 조언도 얻고자 찾아뵀었다. 나는 브랜드를 키우는 일을 좋아하고 잘해서 브랜드 산업군으로 다시 가려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대표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내게 맞는 일을 찾을 때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지, 잘하는 일을 해야 하는지 여러 이야기들이 있고, 현숙님의 경우는 내가 무엇을 좋아해서 잘하는지 명확히 아는 것 같아서, 현숙님이 말하지 않은 영역에 대해 이야기해드리고 싶다. 물론 어떤 일을 좋아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또 잘하다 보면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마치 파도가 치듯 왔다 갔다 하며 서로 영향을 주는 것도 맞는데, 지금 내가 현재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앞으로 내가 잘하고 싶은 영역’이 있는지 물으셨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예를 들어 40대 중반 전까지는 내 주머니에 ‘잘하고 싶은’ 영역을 계속 키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미래의 내가 무엇을 잘하고 싶은가
그 기준으로 지금의 일을 보았을 때, 이 조직에서 배우고 있고 잘하고 싶었던 것은 ‘데이터를 보고 의사결정을 내린다’였다. 물론 이 회사 전에도 데이터를 보고 의사결정을 내려왔지만, 이 회사는 더 넓고 깊게 그리고 더 빠르게 데이터를 보면서 의사결정 내리는 환경과 기대치, 그에 따른 압박감이 주어졌다. 퇴사를 결정했었지만 내가 퇴사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는데, 대표님은 그것을 보면서 내가 이곳에서 함께 ‘내가 잘하고 싶은 영역’을 키워나갈 수 있을 거라 판단하셨는지,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을 제안 주시면서 회사에 남게 되었다.
오늘의 행복을 지연시키는 결정
하지만 이 기준은 ‘오늘의 행복을 지연시키는 결정’이어서, ‘버티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한다. 회사를 다니며 힘들었던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모두 지금 고생하는 것이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티던 때였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를 때라면 뭐든 배워야 한다는 기조 하에 버티겠지만, 이제는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명확히 알고, 내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 또한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 일과 조직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미래의 나를 위해 오늘 내가 괴로운 시간을 보내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오늘을 기준으로만 끌리는 일을 하고, 오늘을 기준으로만 내게 맞지 않는 일을 소거해 나가면 내 한정된 경험에 기반하여 맞는 일을 찾게 된다. 내가 브랜드사를 떠나 이커머스로 이직할 때 이유를 생각해 봐도, 지금 내가 잘하는 것 그 이상으로 어떻게 더 성장해야 할지 스스로 모르겠다는 결론에서였다. 내가 지금 잘하고 좋아하는 일만 선택한다면 앞으로 몇 십 년간 똑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것, 그래서 몇 십 년 후 경쟁력이 없어질 상황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오늘이 조금 힘들더라도, 더 먼 미래에 시선을 두고 미래의 내가 더 잘하고 싶은 부분에 오늘을 투자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버티기로 결정한 그 시간은 생각보다 더 쉽지 않았다. 회사는 당연히 높은 목표가 주어지고, 그래서 내 모든 에너지를 회사 일에 쏟아야만 겨우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진이 빠지게 일을 하는데, 일주일에 2번 정도는 10시 11시쯤 퇴근을 하고, 남은 3일은 일찍 퇴근했다고는 하지만 8시가 넘어 집에 도착한다. 예전 같았으면 밥을 챙겨 먹기도 힘들다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에 침대에 누워 잠들었을 일상을 보냈겠지만, 육아의 일상으로 복귀한다. 11시를 넘겨 아이를 겨우 재우고, 아직 통잠을 자지 못하는 아이가 새벽마다 나를 찾고, 다시 다음날 출근길에 오르는 나날들이 반복되었다.
그 때 너무 힘들어서 미래를 위해 지금의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알겠는데, 지금이 정말 버텨야 할 때가 맞는지, 그만두어야 할 때는 아닌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파트 2에서는 이 때 어떻게 마음을 돌보아야 하는지 설명할 예정이다. 다음 글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나다운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한 번에 다루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