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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

선택을 앞두고 이런 말을 듣고 있다면.

by Onda

“어떻게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

내가 첫 퇴사를 고민할 때 남자친구가 했던 말이다. 마케터를 하고 싶었으나 취준에 실패했고, 내게 허락된 자리는 편의점 MD 자리뿐이었다. 나는 그 시간 동안 꿈꾸던 삶과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내며, 곧 죽어도 마케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었다.


괴리감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었던 퇴사를 결심했을 때 남자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취준이 힘든 시기에, 방황하기에는 어리지도 않은 나이에, 월급을 꼬박꼬박 주는 중견기업을 왜 떠나느냐, 다들 하기 싫어도 인생 그렇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냐고 말했다. 나답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용기 내 겨우 결론 내렸는데, 가장 지지해줬으면 했던 사람은 나를 지지해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시 2가지 생각만 했다. 1) 내가 죽기 직전 할머니가 되었을 때 지금을 돌아보면 뭐가 더 후회스러울까. ‘아 그때 중견기업 더 다닐걸.’하며 후회할 일은 절대 없겠다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때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로 결정했었는데 혹 그 스타트업이 망해서 커리어가 끊기면 어쩌나 고민되었지만, 2) ‘옳은 선택은 없다. 옳은 선택이라는 것을 증명하면 될 뿐이다.‘ 는 문장을 되새기며 퇴사했다.

물론 이직을 선택한 직후에는 포기한 것도 있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선택은 없는데, 스타트업에 갔을 때는 중견기업 때보다 훨씬 적은 월급 때문에 돈을 아끼려 점심 도시락도 싸고 다녔다. 하지만 그때 어떻게든 마케터로 일을 시작했던 덕분에, 계속 마케터로 일하며 이후 스타트업에서의 적은 월급을 바로 상쇄하는 큰 월급으로 보상받았다. 그리고 지금 어느새 마케터로 일한 지 10년이 되었고, 마케터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실패할 수 있다

짐캐리의 졸업 강연을 본 적 있다. 자신의 아버지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지만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꿈을 외면했고, 하기 싫은 일이지만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회계사로 일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구조조정을 당하며 짐캐리 가족은 힘든 삶을 살았다고 했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망할 수 있다고 했다. 원치 않는 일을 하면서 실패하느니 사랑하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 낫다고 강연을 마무리했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거시적인 상황에 따라 잘될 수도 망할 수도 있다면, 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망하는 것이 낫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내 인생에 대해 제일 고민하고, 그래서 내게 맞는 선택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나니까. 하지만 내 선택이 트랙 밖을 벗어난다 싶으면 주변에서는 늘 우려를 표했다. 물론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안정적이지 않아 보이는 상황, 당장의 줄어든 월급으로 세상물정 모르는 위험한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대학을 갈 때 엄마는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교대를 가라고 했었고, 내가 교대 자퇴를 할 때 안정적인 직업을 내려놓는 것에 대해 아직 내가 세상 물정을 모른다며 많이 아쉬워했었다. 그 후 내가 마케터로 신나게 일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그리고 불과 몇 년 새에 바뀌어버린 선생님의 지위에 놀라며, 엄마는 무엇 하나 정답인 선택은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중견기업을 떠나지 말라고 했던 남자친구는 내가 나중에 마케터로 사는 모습을 보며 그때 잘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 마음의 소리를 더 따라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내 인생이니까. 상대의 말대로 선택했다가 나중에 상대를 탓해봤자 결국 선택한 사람은 나니까. 삶은 원하는 모습으로 찬찬히 만들어가는 것이고, 단기간에는 무언가를 내려놓더라도 목적지를 잊지만 않고 계속 가다 보면 언젠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하고 싶은 일 앞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누군가의 의견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면, 어차피 뭘 하든 망할 수 있는 게 인생이라면 하고 싶은 일로 망해보자고. 스스로 여정이 보상인 삶을 살아보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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