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회사는 없다. 내가 일할 환경을 선택할 뿐.
지금까지 업 가치관과 내게 맞는 일을 찾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제는 내게 맞는 일을 할 수 있는 조직, 즉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내 업 가치관이 성장이고 내게 맞는 일이 마케팅이라는 것은 일을 시작한 초반에 깨달았다. 하지만 여러 회사를 경험했지만 아직도 내게 맞는 회사는 찾지 못했다. 내 안에서 답을 찾는 것에 가까운, 내게 맞는 일은 찾았고 또 세부조정해나가고 있지만, 경제 상황, 회사의 조직 문화, 회사 내 다른 구성원 등 여러 외부 요소가 영향을 끼치는 회사의 경우 내게 맞는 회사를 찾지 못했다. 앞으로도 완벽히 맞는 회사를 찾긴 어려울지도 모른다. 내게 맞는 일을 아는 것과 그걸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인데 하나씩 이야기해보려 한다.
조직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 것,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결정
조직을 선택하는 것의 중요성부터 이야기하려 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모두들 으레 회사를 가다 보니 취업 준비 시절에는 나도 어서 그 대열에 들어가야 할 것 같고, 취준 생활을 빨리 끝내고 싶으니까, 회사를 갈 생각만 했지 어느 회사를 갈지 선택하는 것의 중요성을 몰랐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가고 나니 각 회사가 전혀 다른 나라 마냥 다른 언어로 말하고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을 보았다. 회사는 모두 자신이 버텨온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고, 그 방식이 곧 바이블이다. 회사에 입사한 개개인의 성향은 고려하지 않는다.
회사의 바이블에 맞출 것
그것이 회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조건이다. 그래서 이직을 해서 회사를 바꿀 때마다 이민을 간 것처럼 회사는 내게 새로운 생활양식을 요했고, 그 생활양식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조직을 선택한다는 것을 단순히 출퇴근하고 돈을 버는 조직을 선택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은 월화수목금 매일을 아침 9시부터 최소 저녁 6시, 때로는 저녁 8시 9시까지 함께하는 공간과 사람, 생활양식에 대한 선택이었다. 지원할 때는 지금 있는 곳이 괴로우니까, 취업준비가 힘드니까 어디든 이보다는 낫겠지 라는 생각으로 지원했지만, 막상 가고 나서 단 몇 시간만 경험해도 내가 이 생활양식에 맞출 수 있을지, 내가 정말 어쩌자고 이 회사에 입사했는지, 내 상상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회사를 직접 겪기 전까지 회사가 내 삶에 끼칠 영향을 가늠하지 못했고, 내가 함께 일할 사람들과 문화에 대해 간과했음을 여러 번 깨달았다.
각자에게 맞고 맞지 않을 뿐,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좋은 회사는 없다.
회사가 개인에 맞춰 문화를 바꾸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개인이 맞춰야 하는데, 그래서 상대적으로 내게 조금 더 잘 맞는 회사, 잘 맞지 않는 회사가 있을 뿐 완벽한 조직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모두가 선망하는 곳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지원한 자리는 누군가 이미 떠난 자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편의점 MD를 거쳐 스타트업에 간 다음,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외국계 기업에 입사할 때 나는 이제 내 인생에 더 이상의 이직은 없을 줄 알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한 회사를 오래 다니며 이직의 스트레스를 겪지 않는 안정된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이후 나는 1년에 몇 번씩은 새벽 3시를 거뜬히 넘겨 퇴근하면서 매일 밤 택시에서 너무 진이 빠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 에픽하이의 빈차를 들으며, 다들 어떻게 이런 힘든 회사 생활을 버티는 것인지, 남들이 선망하는 회사가 이런데 다른 회사들은 어떤 상황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괴로워했다. 회사가 오랜 기간 비즈니스를 키워오면서 규율을 늘어나고, 원인은 명확했지만 우리가 손댈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엉뚱한 문제를 붙잡고 밤새워야 했다. 그동안 네임 밸류가 없다고 괴로워하던 스타트업이 오히려 우리가 정확히 문제라고 판단한 것을 해결하는데 집중할 수 있고, 내게 맞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에 가까웠다. 그렇게 남들이 갈망하는 회사에서 괴롭고 나서야 나는 남들의 기준을 내려놓고,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좋은 회사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스타트업에 맞고, 남들의 시선 대신 내게 맞는 일을 하자고 정리하게 되었다.
타블로가 똑같은 물이라도 편의점에서 팔 때와 산 정상에서 팔 때 가격이 달라진다고 했다. 내가 어딘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면 이곳이 내게 맞는 곳이 아닐 거라고 했다. 똑같은 나였지만 규율이 명확한 채로 그 제약 안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때는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규율이 없는 스타트업에서는 훌륭하다고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적어도 내게 맞는 환경에 나를 둘 것. 원래의 나를 숨기고 내가 못하는 것을 지적받을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내가 잘할 수 있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했다.
이미 선택한 조직에 대해서는
이렇게 여러 경험을 통해 내게 맞는 일을 찾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조직은 없었다. 스타트업이 맞기는 했지만 그 조직에도 나를 못 견디게 괴롭게 하는 또 다른 요소들은 여전히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잦은 이직이 흠인 시대도 맞다 보니, 이미 선택한 조직에 대해서는 빠르게 떠난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가 나중에 후회가 없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야 했다. 내 기준에 조금이라도 맞는 부분은 없을지, 내가 이곳에 오기 전 기대했던 것들이 해결되었는지, 그래서 쉽게 떠나기를 선택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걸 먼저 했다. 그렇게 해야만 미련 없이 떠날 수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회사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 것
그리고 회사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회사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구현하는 환경일 뿐이다. 예전에 나는 회사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나를 소개하는 단어다 보니 회사가 네임밸류도 있었으면 좋겠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주어졌으면 좋겠고, 보상도 잘 되어야 하고 등등. 회사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 기준들이 남들의 시선에 닿아있었다. 여러 회사를 경험하면서 이제는 내게 맞는 일이 어떤 성격인지 정리할 수 있고, 회사란 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일 뿐이라는 감각이 선명하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회사를 왜 나왔냐”는 질문에도, 나는 이제 웃으며 “지금이 더 좋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에서 마음 지키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시작은 조직을 잘 정하는 것부터 라고 생각한다. 조직의 중요성을 간과하지는 않되 절대적으로 좋은 회사에 대한 환상은 버리고, 자신의 기준에 맞는 회사를 잘 찾을 것. 내게 맞는 일을 잘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에만 집중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