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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일을 찾는 첫 번째 방법. 끌리는 일 찾기

by Onda

첫 회사로 편의점 회사를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 가기 전부터 내게 맞는 일이 마케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했다. 나는 이 일이 내게 맞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10년 동안 찾은, 내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끌리는 일을 하기 2) 내게 맞지 않는 일을 소거하기 3) 미래의 내가 원하는 것을 지금 하기. 이번 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나 역시도 첫 번째 큰 방향성을 찾았던 ‘끌리는 일 찾기’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그 일을 처음 만났을 때

그동안 내가 배워온 과목들은 모두 교과서 속 이야기였다. 이걸 배우기는 하는데 무슨 의미지? 내 일상 생활에 어떤 관련이 있지? 그동안은 늘 무언가를 배울 때 질문이 남았다.


그런데 마케팅을 배울 때 처음으로 현실 세계를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A 카테고리에서 굉장히 유명한 B 브랜드가 새로운 카테고리로 진출할 때 브랜드명을 노출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브랜드 이름을 숨기고 Second brand를 만드는 것이 좋을지 논의한다던가, 마케터들이 했던 활동으로 인해 고객의 생각이 바뀌는 것들이 신기했다. 코카콜라 케이스가 나를 마케터로 이끌었는데, 예전에는 산타라고 하면 요정을 떠올리기도 하고 사람마다 떠올리는 이미지가 달랐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산타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는 이미지는 코카콜라가 겨울 매출액 드라이브를 위해 만들어 낸 이미지다. 여름에는 날씨가 더워 다들 쉽게 코카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떠올리지만, 겨울에는 떠올리지 못하자 겨울을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그중 산타를 살려 그들이 콜라 먹는 장면을 광고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콜라를 떠올리게 하고, 겨울 매출액을 올리고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산타의 모습까지 학습시킨 것이다. 마케팅이 사람의 생각까지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매료되어 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내가 시간이 나면 하고 있는 것

이후 내가 시간이 나면 무얼 하고 있나 보면, 마케팅 관련 서적을 읽거나 길거리 광고판을 보면서 ‘왜 저 브랜드는 저런 광고를 하지?’, ‘의도가 뭐지?’를 궁금해하고 있었다. 내가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시간이 나면 하고 있는 일들 모두가 마케팅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게 내게 맞는 일을 찾는 첫 단계는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시작을 해야만 알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다음에는 머리로만 더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해보는 것이 필요했다. 내게 맞는 일을 찾을 때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자신이 흥미 갖는 일을 여러 잣대로 판단하다 시작도 전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일에 ‘평생 할만한가’라는 조건을 두고 보면 무언가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 일을 찾았다면 너무 멀리 보지 말고, 여러 잣대를 들이밀지도 말고, 그냥 시작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곧 죽어도 마케팅을 하겠다며 첫 퇴사를 한 이후에도, 아직 마케터로 일해본 적은 없기 때문에 ‘마케터를 하고 싶다’ 정도의 추상적인 생각뿐, 어떤 산업군에서,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지는 알 수 없었다. 일단 일을 하고 나서부터 조금씩 알게 되었는데, 스타트업에 가서 마케팅을 하고 그 이후 P&G에서 가서 마케팅을 하면서, 조금씩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마케팅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마케터라면 당연히 고객에게 니즈를 일깨우는 활동을 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이 브랜드 필요하지 않으신가요?"라는 메시지로 우리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대규모 마케팅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마케터로 처음 일했던 스타트업은 법률 IT회사였는데, 마케터라면 당연히 할 것이라 기대했던 ‘우리 브랜드는 이런 곳이에요. 우리 서비스 한 번 써보세요.’ 같이 니즈를 일깨우는 메시지로 TV 광고, 옥외 광고 등 브랜드 캠페인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했다. 1) 하지만 이건 내가 속한 산업군 특성상 당연한 것이었는데, '지금 현재' 법률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우리의 메시지에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FMCG (Fast moving consumer goods, 소비재)처럼 생필품이라면 누구나 쓰는 제품이라면, ‘샴푸 필요하지 않나요? 새로운 제품이 나왔어요.’처럼 니즈를 일깨우는 광고가 가능하다. 그러면 자연스레 FMCG 회사에서는 언제, 어떻게, 어떤 메시지로 이를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러닝도 많이 쌓여있기 마련이다. 2) 그리고 고객의 반응률이 낮더라도, 자본력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법률 상담 필요할 때는 이 서비스를 써보세요’라는 메시지로 광고를 집행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 당시 회사는 스타트업이었고, PLC*(Product life cycle, 기업이 거치는 생애주기로,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 순서로 진행)로 보면 도입기 단계였다. 이 단계에서는 당장의 생존이 중요하기 때문에, 적은 자원으로 당장 고객을 유치하고 실질적 매출로 이어지는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효과를 바로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서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마케팅 캠페인에 돈을 집행할 수 없었다. 즉각적으로 법률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을 데려오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일을 해보면서, 내가 마케터로서 하고 싶은 활동을 하려면 어떤 산업군에 가야할지, 어떤 PLC에 속한 조직에 가야할지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후 P&G에 가서도 내게 맞지 않는 부분들을 발견하고 보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참고로 <그렇게 진짜 마케터가 된다>에는 각 경험으로 추가된 이직의 기준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했다. 그렇게 우선 시작을 하고 나자 일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일은 바뀌고 새로워지기 마련

그리고 일을 시작하고 5년 쯤 뒤부터 시간이 나면 하고 있는 또 다른 일이 생겼다. 물론 여전히 마케팅을 재밌게 하고 있지만 새롭게 추가된 일은 글쓰기였다. 일을 하면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것들에 대해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5년이 지난 시점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접근 방식은 똑같았다. 끌린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일단 시작해야했다. 그리고 일단 하다 보면 점점 내게 맞는 것이 정교화된다.


그래서 끌리는 일을 찾는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다음 3가지다. 최근에 찾은 내게 맞는 일, 글쓰기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하고 싶다는 생각, 작은 씨앗을 놓치지 않기.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 내 안에 할 수 있는 힘도 있다. 마음의 소리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초년생 때 일하는 내가 좋고 회사에서 배운 것들을 기록하고 싶다는 작은 생각이 모여, 일단 글을 쓰다 보니 '모든 사람이 나답게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커왔다. 이 생각은 스스로 씨앗을 찾고 물을 주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었을 마음이었다.

2.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 하고 싶은 것이 너무 어려워 보여서, 처음부터 잘하고 싶어서, 무엇을 당장 해야 할지 몰라서 등 많은 이유로 시작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일단 시작하는 것. 그래서 마침표를 하나라도 찍어보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했으면 한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힘도 길러지니까.

3. 그리고 내 일상으로 가져오기. 글을 쓰던 초반만 해도 글을 써야겠다 각을 잡고 며칠을 괴로워하다 겨우 하나를 썼다. 그리고 그런 글 쓰는 시간이 1년에 어쩌다 몇 번이었다. 글을 쓸수록 쓸 이야기가 늘어나듯, 글 쓰는 행위도 점차 일상이 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글을 쓰다가 지금은 매일 아침 적어도 1시간씩은 글을 쓰고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그렇게 글쓰기가 일상이 되고 나니, 어제도 글을 썼고, 오늘도 썼고, 내일도 그냥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되어간다. 그리고 일상이 되는 순간 글 쓰는 것은 내 정체성이 되었다.

이렇게 경험하면서, 내게 맞는 일을 찾는 첫 단계는 작은 호기심과 일단 해보는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시간이 나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일지 한 번 돌이켜보자. 그리고 내가 마케팅을 하면서 겪었듯이 끌리는 일을 시작해도 일을 하다 보면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드러난다. 그건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그럴 땐 소거법으로 조금씩 내게 맞는 방향을 찾아가면 된다. 다음 글은 끌리는 일을 찾았다면, 혹은 찾지 못했더라도 그다음 단계로 활용할 수 있는 소거법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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