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낳기를 고민할 수 있었던 그 시작
아이낳기를 고민할 수 있었던 그 시작 “요새 살만하다.”
지금까지 ‘아이낳기가 고민되는 이유들’을 쓰면서, “이 정도면 아이를 안 낳고 싶다는건가?” 라고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래도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도 의아해했었다. 고민되는 이유는 생각의 흐름대로 나열만 해도 내가 납득할 수 있었는데, 도대체 낳아도 괜찮겠다는 느낌은 어디에서 받는지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물어봐야했다.
이 글을 처음 기획하던 당시만 해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이유는 ‘어머님이 약속하신 돌봄’ 덕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요새 살만하다. 행복하다.”라고 느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따뜻한 남편과의 정서적 안정, 일의 여유와 금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누가 키우는 것을 도와주면 좋겠다.”라는 질문만 남았고 어머님이 도와주시겠다고 하시자 아이낳기를 적극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 주변에 이런 고민을 함께 하고 적극적으로 나눌 친구들이 늘었던 것도 이유였다. 너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에 엄마에게도 “엄마는 왜 아이를 3명은 낳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 때 엄마의 말이 이런 의미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낳아도 내가 다 책임지고 키울 수 있을 것 같았어.” 내게도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이를 세상에 데려온다는 것은, 단순히 태어남을 주는 것 이상으로, 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이 아이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닫도록 돕겠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아래 질문들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1. 현재 스스로를 정서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책임질 수 있는 상태인지
내게는 “요즘 살만하다”라는 무의식적 생각이 이 질문과 관련 있었다. 따뜻한 가정을 꾸리면서 매일 저녁을 함께 하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고, 일에서도 여유가 느껴지는 것들이 이제는 내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다고 느꼈던 것이고, 이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났다. 그래서 ‘아이를 낳아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시작되었는데, 의식적으로는 1번 질문은 인지하지 못한 채, 아이가 태어나고 발생할지도 모르는 불균형만 생각했었다.
2. 아이를 낳은 후에도 이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되는지
지금의 사회에서는 아이를 낳고나면 안정된 상태가 깨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컸었다. 그래서 이 글을 기획할 때도 2번 질문에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썼던 것 같다. 아마 브런치북을 발행할 때는 1번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써야할지도 모르겠다.
3. 그리고 아이가 살아도 괜찮을 세상일지
1번, 2번 질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3번 역시 내게는 독립적으로 중요한 질문이었다.
내가 아이낳기를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부리는 것도 나도 모르는 사이 1번의 질문들이 해결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이다. 누군가는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던 이유가 아이가 갑자기 이뻐보여서라는데, 내게 아이는 늘 이뻐 보였다. 아이가 이쁜 것과 이 세상에 아이를 데려와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고, 나는 그 시작이 지금 내 삶에 대한 안정감, 그리고 아이가 오고 나서도 내가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글쓰는 것이 내게 답을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