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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길(15):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획일화된 수평성의 폭력

by root
단 하나의 변치 않는 진리는 '결단 없이 성취할 수는 없다'는 것.

그리스의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스테스는 침대를 만들어 놓고 지나가는 사람을 눕혔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 사람이 침대보다 키가 크면 잘라내고, 작으면 억지로 잡아 늘려서 죽였습니다. 그는 자신만의 완벽한 크기를 모든 사람에게 강요했고 수많은 이들이 고통받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자신의 규범을 타자에게 강제할 경우 발생하는 비극을 비춰줍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닮은 곳이 많습니다. 표준화된 인간상을 설정해 강요하거나 성공 또는 행복, 정상성이나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들 각자의 고유한 실존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자르거나 늘려 왜곡시킵니다.


그럼에도 우리들 중 어떤 이들은 기어이 그 침대로부터 이탈합니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의 공간을 추구하면서 살아갑니다. 침대로부터 벗어남은 개별적인 존재로서 불안하면서도 온전하게 스스로 서는 결단이자 용기의 자리입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모두 자신만의 프로크루스테스 침대 위에 누워 있습니다. 그 침대를 사회나 문화, 규범 또는 기대라고 이름 지어 부르더라도 그것은 결코 우리 몸에 완벽히 맞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곳에 머물수록 우리의 몸을 늘리거나 잘라내는 고통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일상에서 강요되는 평균성을 살펴보고 진정 우리 스스로 서 있는 것이 맞는지를 되물어야 합니다. 단 하나의 변함없는 진리는 ‘침대를 벗어날 결단을 해야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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