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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들려줄 노래

귀로 채우고, 머리에 담고 마음으로 덜어내고

by 노아의 독백

오늘이 되어서야 이번 목차를 적어내고 있다. 너무나 담고 싶었고, 너무나 가꾸고 싶어 머뭇거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속으로 애써 미뤄낸 듯싶다. 다소 복잡한 상태의 머리로는 담아내고 싶지 않았기에 꼼지락 거리며 준비했다. 별거 아닌 과정이 길었다. 이제야 머리는 가볍고 마음은 편안하며 손은 부드럽다. 이곳으로 다시 들어오기 전 영화 <그린북>과 함께했다. 더할 나위 없는 영화다. 지금은 가수 한로로씨의 <입춘>과 함께 내려간다. 가수 한로로씨의 음악을 참 좋아한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내가 좋아하는 마음의 정도를 담을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이게 전부인 것 같다. 참 좋아한다. 이렇게 서정적인 가사는 故유재하 씨의 음악 이후로 처음 느껴본다.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을 담아 당신에게 전하려 한다. 대화에서 감정을 잘 담지 못해 애써 담지 못한 것들을 조금이나마 얹어 전한다. 귀로 채우고, 머리에 담고 마음으로 덜어냈으면 한다.


정말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노래에서 그림이 그려지고 그림은 이야기가 되며 이야기는 소설처럼 풍부해진다. 그렇게 넓어진 영역에서 발 담은 몇 분은 나의 하루를 채운다. 몇 마디의 가사는 하루동안 나를 감싼다. 나에게 노래는 주목받는 광고의 카피처럼 자극적이며, 생각을 채우는 하나의 시집이 되고 시간을 앗아가는 단편 소설이 된다. 때때로 머물렀던 시간으로 돌아가게 하고 다가올지 모르는 내일에게 데려다준다. 소음이 가득한 세상에서 시간을 멈춰준다. 당신에게 음악은 어떠한 존재인가. 우선 나에게 음악은 이렇다.

한로로 님의 앨범 [입춘] 中 <입춘>

"아슬히 고개 내민 네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 이 마음이 저무는 날까지 푸른 낭만을 선물할게. 초라한 나를 꺾어가요."


세상이 시끄러워 귀를 막았다. 물론 귀를 막았다고 안 들리지는 않았지만 노래에 집중하니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집중하게 만드는 가사와 멜로디를 찾았고 마음에 드는 노래를 찾을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크리스마스날 가지고 싶었던 선물을 받은 느낌. 영감을 불어넣어준다. 아직 봄은 멀었지만 입춘을 기다리게 만드는 노래다. 그 서늘한 바람을 느끼게 해주는 서정적인 가사들로 채워져 있다. 시를 안 읽어도 화자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고 소설을 안 봐도 등장인물을 생각하게 만든다. 범접하기 어려운 능력이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어떤 시선으로 상황과 세상을 바라보는지 대화를 나누고 싶을 정도다. <입춘>과 더불어 찬사를 보내는 노래는 <사랑하게 될 거야>이다. 화자가 어떤 사랑을 했었고, 어떤 짝사랑을 품었고 또 어떤 사랑을 꿈꾸고 있을까. 괜스레 찾지 않았던 옛 생각을 하게 되는 가사였다. 어떤 사랑을 하면 이렇게 적어 내릴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바칠 수 있다는 순애(純愛)가 느껴진다.

Wan 완 작가님의 <걱정말고 편히 머물러도 돼>

한로로 님의 앨범 [이상비행] 中 <사랑하게 될 거야>

"아아아, 뭐가 그리 샘이 났길래?

그토록 휘몰아쳤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세상이 시끄러워 귀를 막았더니 마주하던 사람들 말고는 대화하지 않는다. 말 걸지 않으려 하고 말하지 않으려 한다. 무엇이 그리 도망가게 한 걸까. 좋아했던 대화들도 하지 않으니 더 어려워진다. 꺼려진 걸까. 어려워지니 더 하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살아가니 또 한 번 고요해진다. 아니면 원래 고요한 세상이었을까. 고요했던 세상 속 아우성에 불과했던 걸까. 우습게도 고요함을 찾은 결과의 끝이 고요함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렇게 고요함에 익숙해졌을 때쯤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렇게 또 한 번 덜어내는 중이다.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떻게 살아갈 건지 정답은 없지만 그 정답을 찾기 위해 살아 복잡한 마음을 품고 산다. 갈피 없는 손짓과 들리지 않는 아우성이다. 그렇게 풀려하지 않고 조금씩 덜 어내며 살아간다. 정답을 해석하지 않을 나는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지. 이제는 누가 갈피를 잡아주었으면 하기도 한다. 손짓을 해주며 들여봐 주었면 한다. 공유하고 덜어내었으면 한다. 그렇게 핑계를 대며 도망치고는 한다.


한로로 님의 앨범 [도망] 中 <도망>

"어린 개야 울음을 멈추고 알려줘. 이대로 산다면 뭐가 되고 죽으면 어느 부위가 남는 건지.

끝없는 추락은 아프지 않단 걸 그녀는 알까요? 세계의 정답을 해석할 수 없는 나는 어디로, 어디로, 어디로

모든 걸 버리고 홀로 도망쳐온 곳엔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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