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지는 못하는 시>
너의 시각과 나의 시간
마림(眞林)
시각은 눈에 닿는다
빛은 물결처럼 번져
너의 자리를 드러낸다
시간은 마음에 닿는다
그 물결이 사라진 뒤
너의 흔적을 헤아린다
시각은 순간을 말하지만
시간은 그 말을 지운다
나는 너를 보았고
그때가 지나서야
비로소 느꼈다
너를 보는 일은 찰나지만
네게 머무는 일은 느리다
우리의 빛은 사라지고
그을린 감정만 남았다
그것이 네 곁에 살아온
나의 시간이다
내 글이 묵고 썩어버린 감정의 배설에서, 지평선을 거울삼은 윤슬처럼 반짝일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