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지는 못하는 시>
글씨
마림(眞林)
흑이 면을 따라
미끄러진다.
뜻을 전하려는 마음은
글을 따라 선명해진다.
마음이 급할수록
흑은 불안하게 요동친다.
삶이 늘 쓰여 왔듯이
내 마음도 어딘가에 쓰인다.
흑의 길은 자욱하게 남아
지우개로 지워보아도
자국이 남는다.
자국은 고통이었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지우개조차 잃어버렸다.
글이 꼭,
예쁘기만 할 필요는 없다.
내 글이 묵고 썩어버린 감정의 배설에서, 지평선을 거울삼은 윤슬처럼 반짝일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