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벽 미명의 시린 하늘이 좋다.
어쩌면 푸른 듯! 어쩌면 회색인 듯!
가슴 아린 슬픈 사연을 담고 있는,
체 밝아지지 못한 미완의 하늘이 그리 섧게도 좋았다.
가을 밤하늘 무수한 별빛이 쏟아지는 밤을 꼬박 지켜보며 새벽여명이 밝아
올 때까지 나는 희망을 그리고 또 그렸다.
이게 무슨 말이야?
새벽!
다른 가족들이 잠에서 깰까 슬그머니 책상에 앉다.
비가 와서 어차피 오늘 아침운동은 글렀다.
암전상태에서 조금씩 익숙하여지며 시야가 확보되는 것처럼
의식이 점점 또렷하여진다.
내친김에 미루어 두었던 몇 가지의 일을 후다닥 해치워 버린다.
커피가 한잔 마시고 싶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빈속에 커피는 해롭지 않을까?
이 나이에 건강이 우려되어 뭐를 못하는 우를 범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창밖에 나리꽃이 필 듯 말듯 하더니 기어코 꽃망울 터트리다.
꽃도 꽃망울 터트리기 전이 이쁘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렇게 기다림이 있었던 가!
눈 덮인 깊은 산속에서 만난 복수초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아무래도
비를 가름하여 길을 나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조금 비에 젖는다 한들 새벽공기의 상쾌함과 어찌 비견 할 수
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