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 가다.

by 별빛단상

“무화과, 그거 먹어야 끝나!”


큰사위가 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한 말이다.

우리 가족들이 한 가지에 꽂히면 집착이 강한 편이다. 얼마 전에 E마트에 들려 구입한

무화과가 집에 와서 포장을 뜯으니 기한이 경과하여 살짝 상하였던 모양인데, 교환을 위해 다시 방문한 마트에서 너무 늦은 시간이라 상품이 없어 무화과 대신 돈으로 교환 받은 후, 무화과를 먹지 못한 큰딸이 무화과를 먹어야 된다고 노래를 하며 며칠을 보낸 것이다.

이를 빗대어 사위가 큰딸>막내>아빠 이라는 등호를 만들어가며 놀리는 말이다.

둘째는 엄마를 닮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아집을 크게 내세우지는 않는다.

그러나 고집이 한번 나오면 아무도 말릴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전해들은 막내가 한번 발끈 하였다.

“내가 왜 아빠보다 먼저야!”


연휴 전날 “속초에 가서 오징어회가 먹고 싶다.”는 나의 말이 액면 그대로

큰딸에게 전달되었고, 따로 여름휴가를 가지 않았던 차에 늦은 휴가를

겸하여 다음날 새벽 속초로 향하다.

내가, 후쿠오카의 오징어회를 거론하며 몇 번 오징어를 거론하였던 전력이 있어

“아빠도, 오징어회를 드셔야 끝나!”라는 등식까지를 인정하기 위한

광복절은 속초다.


속초에는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 이른 시간인데도 늦은 휴가를 즐기는 휴가객으로 수산시장이

북새통이다.

마치 유명 해외 여행지를 방문한 느낌이다.

그나마 내국인들로 가득 차 있고, 외국인은 별반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요즘은 이름난 명소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넘치는 인파들로 붐비지만, 그중 우리세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현존하는 마지막 권의주의 세대의 막내이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맏형인 세대!

고루와 신식의 그 틈바구니에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여야만 한다.

두루마기와 갓을 갖춰 입고, 신발은 고무신을 신고 생활하는 것을 보고 자랐고

전쟁 후 물자가 부족하여 교과서에 ‘국산품 애용’이라는 미명아래 절약이라는 애국심을 강요당하고,

국문과 한문을 혼용하여 배우던 세대!


어느 날 부터인가, 널찍한 마당보다 현관으로 들어서는 좁은 공간 안에서 생활하여야 하였고, 불현 듯 출현한 사각의 프라스틱 덩어리에 익숙해지고자 자판을 두들기며 빠르게 변화에 적응 하며 생존을 모색,

그리고 산업근대화라는 치열한 삶의 전쟁 속에서 살아 남기위해 밤낮없이 정진하여야 했던 우리세대는

이제 삶의 현장에서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정한 이치이다.

새로 배우는 붓의 터치에도 한 번 더 힘이 요구된다.

모르고 부족하면 묻고 배우면 되는 일이다(不恥下問).


늦은 해수욕장의 그늘에 앉아 가득한 인파의 움직임 너머, 자작도의 망망대해에 시선을 고정하다.

햇볕 따가운 중에 구명조끼, 튜브등 안전 장비를 장착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차에서 꺼내 놓는 스노쿨링마스크, 물안경, 호흡기등 처음 보는 장비들은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신기함이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오징어회, 포항식 오징어물회, 이것저것을 섞은 모듬물회!

모두가 술 한잔이 없으면 넘길 수 없는 메뉴들이다.

거기에다 오징어순대에 오징어 튀김까지 오전부터 나는 오징어 일색의 식도락을 즐기고 나머지 가족들은

해수욕을 즐겼으니 각자의 기호를 만끽한 휴가가 아니었을까!


귀가길 막히는 도로 위 손녀와의 야구 이야기는, 각자의 응원팀이 내어준 초반

점수에 흥미가 반감되며 잠이 들었는데, 손녀가 도착 후 차안에서 내리며 흥분된 어조로 결과를 말하다.


“할아버지 양 팀 다 역전으로 승리 하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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