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줘!
휴일 날도 정해 놓은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겨울철이 아니라면 이불 속 보다는 바깥공기가 훨씬 상쾌하다.
TV도 켜고 공연히 냉장고 문도 열어 보고 현관과 안방을 드나들다가
한마디를 듣는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네! 더 자!”
얼마 전 아내는 다 큰 자녀들이 결혼과 취업으로 빠져 나간 공간에
혼자 남아있는 것이 싫다며 취업을 선언하고 수입의 고하를 불문하고 맞벌이
부부가 되었다.
그것이 벌써 몇 년이 흘렀고 늦게나마 자신의 이름을 찾은 현실을 즐겨왔다.
서로의 퇴근시간에 맞춰 저녁외식을 하거나 마트에서 함께 쇼핑을 하는 것도
새롭게 생겨난 즐거움 중 하나였다.
단점이라면 휴일을 오롯이 즐기지 못하고 일주일 동안에 쌓인 휴식을
일정이 없는 휴일은 이불속에서 충분히 즐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반복되는 일상에 휴일 아침이라고 특별히 달라질게 없는 나는
기상시간이나 아침 식사시간 이라고 별반 다를 바 없다.
아! 밥 줘!
짜증 섞인 목소리에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키는 부스스한 아내의 얼굴을 마주치자
괜한 말을 하였다는 후회감이 이내 몰려온다.
차려주는 밥상의 밥알이 깔끄럽다.
밥을 씹는 내내 잠이 덜 깬 눈으로 식탁을 지키는 아내의 모습이 민망하다.
사실 매일 새벽에 출발하여 오후에 귀가하는 나에게 조석을 차려주고
집안 살림을 하며 직장생활에 일주일을 고생하고 함께 맞이한 휴일 날도 편히 쉴 수 없다면 불공평하다.
때 마침!
TV에 충청도가 고향이라는 시골아저씨 같은 사람이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파 기름을 내고 돼지고기를 볶아 김치로 볶음밥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저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라면서 부엌 앞에서 기웃 거릴 양이면, 아궁이 군불때기로 연기 자욱한 부엌에서 까만 불쏘시게 한손 에 쥐고 있던 어머니가 불쏘시게 붙은 불을 탈탈 털며
“사내놈이 부엌엔 무슨 일로 알 짱 거리 노?”
하며 밖으로 밀어내곤 하여 성인되어서도 주방에 들어갈 일이 거의 없었다.
당시에 그 토속적 말투의 충청도 친구의 요리하는 방법이 그간의 요리사들이 하는
요리방식이 아닌 거의 간편식을 만들 듯 쉬워 보였다.
“오늘 점심은 내가 볶음밥을 해줄게!”
그렇게 선언하고 만들기 시작한 요리로 하여, 이제는 외출이 없는 휴일 아침을
담당하는 메인 쉐프가 되었다.
물론 김치찌개 부대찌개 찹스테이크 오징어 볶음등 메뉴도 다양하게 늘어난 것은
또한 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일전에 분리수거를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운 것을 모르고 급하게 아내를 찾아 핸드폰으로 호출을 하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컬러링이 울리고 화면에 낯이 익지 않은 핸드폰
착신 저장이름이 떠오른다.
“내편!”
시야에 다가오는 내편이라는 단어가 퍽이나 생경하다.
결혼 후 40년이 넘도록 한번 도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다.
늘 지칭명사 없이 불려 지던 남편이라는 위치가 바뀌고 있는 기류를 나는 감지
하지 못하였던 듯하다.
친정부모의 고령으로 인해 생겨난 지병으로 인한 마음고생을 이해하여주고 의지가 되는 것은 남편뿐이라고 생각한 탓인지?
먼 길을 함께 걸어 가야할 걸음에 손잡고 나아가야 하는 내편이라는 생각 때문에
착신 이름까지 바꾸게 되었나 하여 마음이 짠하다.
그래 이러저러한 명분 때문에 오늘 저녁은 내가 차릴 수밖에 없겠네!
간단하게 오징어 볶음이나 해먹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