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은퇴식

by 별빛단상

여러 차례 청하는 모든 식사자리를 마다하고 조용한 퇴장을 선택하였다.

굳이 주차장까지 따라와 배웅하는 사람들과는 조금 더 긴 시간을 갖았을 뿐

불필요한 감정 낭비를 절제하였다.


되돌아보는 걸음마다 길목마다 많은 상념이 뒤따라 붙을 때쯤

가족들의 위로 전화를 번갈아가며 받다.


내가 제일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나하고 10여년을 함께 하여온 달구지를 깨끗이 세차 시켜 주는 일 이었다.

매일 비포장 먼지 구덩이를 통과하여 세차를 하여도 하루를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늘 하얗게 먼지를 쌓아놓고 다니는 것이 다반사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에 보여 지는 것도 민망하고 하여 제일 먼저 세차부터 해주고 싶었던 것을 실행 하여 준 것이다.


일찍 귀가한 아내와 미리 약속되지 아니한 다른 자녀들과의 저녁시간을 주중에 갖는 것이 어렵다는

확인이 있은 후

두 사람 만의 조촐한 식사자리를 갖는 것으로 위로의 자리를 갈음하기로 하다.


얼마부터 자주 찾은 소문나지 않은 맛 집에서, 삼겹살에 근1년이나 절제 하여 오던 소주도 한잔 곁들여 가며 둘만의 오붓한 식사로 10여년의 세월이 묻다.


요즘은 그룹간의 소통에는 카톡 만한 것이 없다.

오랜만에 마신 술이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는 중에 도착한 집에서 막내가

장미와 맨드라미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다발을 한가득 들고 귀가 한다.

형제간의 카톡 소통으로 미리 계획된 식사자리가 나의 성급한 성격 탓으로

차질을 빚었던 모양이다.


내가 꽃다발을 받아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내가 화환을 들고 다른 가족을 축하 해주거나 즐겁게 해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정작 내가 꽃을 받는 경우라니!


꽃다발을 들고 엉거주춤 어색한 포즈를 잡으며 사진까지 남기고서야 나의 화려한 은퇴식(?)일정이

모두 마무리 되었다.

keyword
이전 02화부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