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말하지. 못한 질문

정숙시점

4화. 말하지 못한 질문

개울가를 돌아 마을 어귀로 접어들자, 다시 익숙한 돌담과 대추나무 그늘이 나타났다.

윤호는 조심스레 거리를 유지한 채 함께 걸었고, 정숙은 몇 번이고 입술을 깨물었다.

말하고 싶은 게 있었지만, 말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꼭 뒤로 숨어버렸다.


‘혼례는 곧 올린다 하셨죠?’


그 말은 마음속에서만 수없이 반복되었다.

윤호에게 꼭 확인하고 싶었다.

그가 이 결혼을, 이 인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나처럼 어색하고 낯설게 느끼는지, 아니면 이미 받아들인 것인지.


그러나 그날의 정숙은 아직, 그런 질문을 던질 만큼 용기 있지 않았다.


말없이 걷는 동안 윤호는 들판 너머로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 끝에 펼쳐진 논밭과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등성이.

정숙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눈빛이 나쁘지 않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덕분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윤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저도… 덕분에 잘 다녀왔어요.”


정숙의 목소리는 작고 느렸다.

속마음을 꺼내기엔, 아직은 낯선 사이였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아버지의 말처럼, 혼례는 멀지 않았다.

언니들은 이미 결혼해 이웃 마을로 갔고,

이제 정숙만이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서울로 가야 했다.


부모도 자주 못 뵙는 도시 생활.

멀고 복잡한 거리, 전기도 약하고 사람도 낯선 그곳.

무엇보다, 잘 알지 못하는 이 남자와의 삶.

걱정이 앞섰다.


그렇다고 싫다 말할 용기도 없었다.

그 시절, ‘마음’보다 ‘순서’가 앞섰고, ‘사랑’보다 ‘어른의 뜻’이 더 무거웠다.


뒤돌아가는 윤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숙은 그가 한 번 뒤돌아보며 짧게 웃는 걸 보았다.


그 웃음에 묘하게 마음이 놓이는 듯도 했지만,

곧장 이어진 마음속 질문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이 사람이… 나와 살게 될 사람인가.’


그날 밤, 정숙은 편지를 쓰다 말고, 한참을 창밖만 바라보았다.

논둑 위로 달이 밝았고, 대추나무 그림자는 마당에 길게 드리워졌다.


말하지 못한 질문은 그 밤도, 조용히 마음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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