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흔들림과 되돌아봄
숲 속에는 언제나 풀을 엮어 만든 베개를 안고 다니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안일함.
아이는 풀 위에 드러누워 눈을 감은 채 말했습니다.
“괜찮아, 다 잘될 거야.
조금 늦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아.”
풀잎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언제나 자장가처럼 부드럽게 들렸습니다.
안일함은 그 소리에 몸을 맡기며,
걱정 따위는 이불처럼 덮어버렸습니다.
그러자 불안이 다급히 달려와 모래시계를 흔들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준비하지 않으면 위험해!”
안일함은 눈도 뜨지 않은 채 하품을 내뱉었습니다.
“네가 늘 서두르니까, 내가 좀 늦어도 균형이 맞는 거지.”
예민함은 귀를 쫑긋 세우며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너무 방심하면 작은 균열도 놓치잖아.
나는 그 소리를 다 듣는다고.”
안일함은 풀베개를 툭툭 두드리며 웃었습니다.
“균열은 늘 생겨. 그중 몇 개는 스스로 아물기도 해.”
기쁨이 옆에서 깔깔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래도 네 덕에 웃을 수 있어.
다들 너무 긴장하니까 네가 없으면 숨막히거든.”
심지어 귀찮음마저 나무 위에서 중얼거렸습니다.
“…맞아. 네 태도가 없었으면 내가 이렇게 눕지도 못했을걸.”
다른 감정들은 답답해하면서도,
어쩐지 그의 태도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늘 긴장하는 숲에서,
안일함만큼 느긋하게 숨 쉬는 이는 드물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숲에 커다란 위협이 다가왔습니다.
불안은 모래시계를 흔들며 외쳤습니다.
“큰일이야! 당장 준비해야 해!”
모두가 허둥지둥 뛰어다니는 사이,
안일함은 여전히 풀 위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는 천천히 눈을 뜨며 속삭였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일 때도 있어.”
그리고 정말로, 숲은 그 위협이 지나가도록 가만히 두었습니다.
급히 움직인 아이들은 오히려 서로 부딪혀 상처를 입었지만,
풀 위에 조용히 앉아 있던 이들은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숲은 알게 되었습니다.
안일함은 위험을 무시하는 아이 같지만,
때로는 성급함을 막아내는 완충지대가 된다는 것을.
움직이지 않는 선택도
숲을 지키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묻습니다.
당신 안의 안일함은, 지금 어디에 풀베개를 내려두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