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깊은 숲의 낮은 숨결
바람이 잦아든 해변가 같은 숲의 공터,
작은 아이가 모래밭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허무.
허무는 모래를 끌어모아 성을 쌓았습니다.
탑이 조금씩 모양을 갖추자,
아이의 눈이 잠시 반짝였습니다.
그러나 바람 한 번, 발길질 한 번이면
모래성은 금세 허물어졌습니다.
허무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역시 이런 거지.
처음부터 오래 버틸 줄 알았다면
그게 더 웃긴 일 아니겠어?”
그 옆으로 다른 감정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불안은 모래 주위를 맴돌며 소리쳤습니다.
“이러다 아무것도 남지 않잖아! 지금부터 대비해야 해!”
허무는 시큰둥하게 대꾸했습니다.
“준비? 모래성에 대체 무슨 대비가 필요해?”
기쁨은 손뼉을 치며 말했습니다.
“다시 쌓으면 돼! 무너져도 또 만들 수 있잖아!”
허무는 건조하게 웃었습니다.
“또 무너질 걸 알면서?
그건 재밌다기보단, 그냥 같은 장난 반복이지.”
그때 우쭐이 황금거울을 흔들며 외쳤습니다.
“적어도 내 탑은 이렇게 빛나고 있거든!”
허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겠네. 네 탑이 무너질 땐,
적어도 반짝이는 잔해가 남겠지.”
아이들은 허무를 답답해하며 떠났습니다.
허무는 다시 모래 위에 앉아 손가락을 꼼지락거렸습니다.
모래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고,
바람에 흩날리며 땅에 고르게 퍼졌습니다.
그 빈자리에 작은 씨앗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허무는 무심하게 그것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봐, 내가 비워줘야 누군가는 자랄 수 있어.
남지 않는 게… 남는 거니까.”
숲은 알게 되었습니다.
허무는 공허를 남기는 감정 같지만,
사라짐으로써 다른 가능성을 준비하는 자리라는 것을.
무너진 모래 위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묻습니다.
당신 안의 허무는, 지금 무엇을 무너뜨리고 있나요?
그리고 어떤 씨앗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