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 — 다가오다 멈춘 아이

4부: 깊은 숲의 낮은 숨결

by heyna

숲길을 따라 작은 아이가 걸어왔습니다.
그의 이름은 서운함.

아이는 누군가를 향해 손을 흔들다,
곧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발끝은 앞으로 향했지만,
어깨는 살짝 뒤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다가가고 싶었어.
그런데 네가 조금 늦게 웃었지.
그 순간, 내 발이 멈췄어.”



그 곁으로 다른 감정들이 모였습니다.

기쁨은 눈을 크게 뜨고 말했습니다.
“왜 멈춰? 조금 더 가면 함께 웃을 수 있는데!”

예민함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야, 그 눈빛은 분명 늦었어.
나도 들었어. 말투가 미묘하게 달랐어.”

분노는 팔짱을 끼며 코웃음쳤습니다.
“봐라, 그래서 내가 불꽃을 쥐어야 한다니까.”

하지만 연민은 조심스레 손을 얹었습니다.
“그 아이도 모르는 사이 잠시 늦었을 뿐일지도 몰라.
너의 멈춤도 이해할 만해.”



서운함은 작은 숨을 내쉬며 속삭였습니다.
“나는 화낼 만큼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른 척할 만큼 작지도 않아.
그래서 이 자리에 서 있어.
다가오다, 멈춘 채로.”

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그의 발끝 근처에 낙엽 한 장이 떨어졌습니다.
서운함은 그 낙엽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이건 발자국이 될까,
아니면 멈춤의 흔적이 될까.”



숲은 알게 되었습니다.

서운함은 관계의 틈에서 생기는
아주 작은 멈춤이지만,
그 멈춤이 있기에 우리는
다시 다가설지, 더 물러설지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묻습니다.

당신 안의 서운함은, 지금 어디쯤에서 멈춰 서 있나요?
그 발끝은, 다시 앞으로 향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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