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깊은 숲의 낮은 숨결
숲의 하늘 위에는 언제나 크게 날개를 펼친 매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자만심의 또 다른 얼굴.
매는 높은 공중에서 숲을 내려다보며 외쳤습니다.
“저 아래의 모든 길은 내 눈 아래 있지!
숲은 내 날개가 있어야 질서를 갖추는 거야!”
그 시선은 끝없이 높았고, 아래에서 작은 존재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숲의 땅속 깊은 곳에는
조용히 흙을 파는 두더지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열등감의 또 다른 얼굴.
두더지는 땅속에서 속삭였습니다.
“나는 빛을 보지 못해. 위에 있는 아이들은 다 빛나는데, 내 눈에는 그림자만 가득하지.”
그의 시선은 끝없이 낮았고, 위에서 반짝이는 빛은 닿지 않았습니다.
매는 높이 날며 두더지를 보지 못했고, 두더지는 땅속에서 매를 올려다볼 수 없었습니다.
둘은 서로의 존재를 알면서도, 끝내 만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에 큰 균열이 생겼습니다.
나무 뿌리가 갈라지고, 땅이 흔들렸습니다.
매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외쳤습니다.
“저 갈라진 틈, 위에서 다 보인다!
하지만 내 발은 닿을 수 없어!”
두더지는 땅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흙이 무너지고 있어.
내 손으로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빛은 닿지 않아.”
그때 두 존재는 드물게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매는 하늘에서 내려오며 두더지에게 외쳤습니다.
“너는 땅을 알지! 그곳을 붙잡아라!”
두더지는 위를 향해 고개를 들고 대답했습니다.
“너는 하늘을 알잖아! 나를 비춰줘!”
매는 날개로 빛을 드리우고,
두더지는 땅속을 붙잡았습니다.
둘의 다른 시선이 겹쳐지자,
갈라진 틈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폭풍이 지나간 뒤,
매는 땅 위에 내려와 두더지를 바라봤습니다.
“너는 아래를 지켰구나.”
두더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답했습니다.
“너는 위를 밝혔지.
우리 둘 다 아니었다면 숲은 갈라졌을 거야.”
숲은 그제야 알았습니다.
높이 나는 매와, 땅속에 파묻힌 두더지.
정반대의 두 존재가 서로의 극을 지탱하며
숲의 균형을 이룬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묻습니다.
당신 안의 매와 두더지는, 지금 어떤 균열을 함께 붙잡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