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 — 상처 위에 손 얹은 아이

5부: 숲의 화해와 회복

by heyna

숲의 작은 길가에,
늘 다른 아이들의 발자국을 살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연민.

연민은 눈을 낮추어
다른 이들의 발꿈치에 남은 흠집,
손등의 긁힘,
말 한마디로 스친 마음의 흔들림까지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말없이 다가가,
자신의 작은 손을 그 위에 얹었습니다.

그의 손길은 크지 않았습니다.
상처를 모두 낫게 하지는 못했지만,
“너의 아픔을 알아.”
그 짧은 온기를 전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다른 감정들은 그 손길 앞에서 달라졌습니다.

분노는 불꽃을 움켜쥔 채 숨을 고르며 말했습니다.
“내 불길이 꺼진 건 아니야.
다만 네 온기가 잠시 바람을 멈추게 했지.”

외로움은 품 속의 별빛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누군가 내 곁에 앉아 있었다는 것만으로…
오늘은 덜 쓸쓸하네.”

불안은 모래시계를 내려놓고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게 두렵지 않아…
너의 손길이 잠시, 멈춤을 허락했어.”

심지어 예민함도 귀를 쫑긋 세우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네 손길은 소리를 줄여주네.
나는 균열만 들리던 귀였는데, 오늘은 고요가 들려.”


그러나 연민은 가끔 지치기도 했습니다.
상처를 감지하는 순간마다
그의 가슴에도 같은 흉터가 새겨졌기 때문입니다.

“왜 나는 남의 고통에 이토록 흔들릴까.”
연민은 스스로를 탓하며 손을 움켜쥐었습니다.

그때 작은 발자국 소리가 다가왔습니다.
감사였습니다.

감사는 손에 조약돌 하나를 쥐고 와 말했습니다.
“네가 건넨 손길 덕분에, 나는 쓰러지지 않았어.
너의 상처는 흩어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붙잡는 뿌리가 되고 있어.”

연민은 눈을 감고, 다시 손을 펼쳤습니다.
그의 손바닥에는 작지만 단단한 흉터들이 남아 있었고,
그 흉터에서 잔잔한 빛이 흘러나와 숲을 적셨습니다.


숲은 알게 되었습니다.

연민은 자신을 깎아내리는 듯 보이지만,
그 깎인 자리마다 다른 이들이 기대어 설 수 있는
뿌리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묻습니다.

당신 안의 연민은, 지금 누구의 상처 위에 손을 얹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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