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깊은 숲의 낮은 숨결
숲 가장 깊은 곳,
작은 아이가 풀밭 위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무기력.
아이는 언제나 커다란 그림자 담요를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그 담요를 머리끝까지 덮으면,
세상은 금세 어둡고 고요해졌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이렇게 덮고 있으면… 괜찮아.”
무기력의 속삭임은 바람보다 낮게 깔렸습니다.
다른 감정들이 그 곁을 지나가다가 멈췄습니다.
불안은 모래시계를 흔들며 다급히 말했습니다.
“일어나!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늦어버려!”
하지만 무기력은 눈도 뜨지 않은 채 담요 속에서 중얼거렸습니다.
“늦어도 괜찮아. 움직이지 않아도, 결국 시간은 흘러가잖아.”
기쁨이 다가와 환히 웃으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같이 뛰면 금세 따뜻해질 거야!”
그러나 무기력은 손을 잡지 않았습니다.
“따뜻해지면 뭐해. 곧 다시 식을 텐데.”
심지어 분노마저 불꽃을 흔들며 외쳤습니다.
“너 때문에 불씨까지 꺼져버리잖아!”
하지만 무기력은 대꾸하지 않고 담요를 더 깊게 덮었습니다.
숲은 답답해했습니다.
“저 아이는 왜 늘 저렇게 잠겨 있을까.”
아무도 무기력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에 거센 폭풍이 몰려왔습니다.
아이들이 허둥대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안,
무기력은 여전히 그림자 담요 속에 웅크려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자리만은 가장 조용하고 안전했습니다.
바람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
다친 아이들을 감싸준 것은
무기력이 덮고 있던 그 두꺼운 담요였습니다.
숲은 그제야 알았습니다.
무기력은 단지 멈춤이 아니라,
세상이 흔들릴 때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는 쉼표라는 것을.
움직이지 않는 자리에서조차
숲을 지켜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묻습니다.
당신 안의 무기력은, 지금 무엇을 덮고 있나요?
혹은 누구를 지켜주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