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끝에 피어난, 엄마라는 이름

너에게 선택된 엄마라는 자리

by 기록하는여자

14년 전 오늘, 나는 엄마로 태어났다.

결혼 후 아이를 갖는 일은 당연한 수순이라 여겼다.
조금만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아이가 찾아올 거라 믿었다.
하지만 삶은 가끔, 우리가 원하는 시간표를 비웃듯 엇박자를 낸다.

병원 진료실에서 들리는 낯선 단어들.
한 달을 기다려 또 실망하고, 다시 희망을 걸었다 무너지는 시간들.
그 사이, 계절은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른다.

누군가는 한 번의 계절이 채 지나기 전에
아이를 품었지만,
나는 일곱 번의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지나서야 너를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너를 안았던 날의 온기를, 지금도 기억한다.
작디작은 너의 숨결이 내 모든 시간을 보상해 주는 듯했다.
그날 나는 조용히 다짐했다.
'좋은 엄마가 되자. 아니, 너에게 필요한 엄마가 되자.'



유치원 시절 어느 밤, 우리는 잠들기 전 이런 대화를 나눴다.
"용용아,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왜 엄마를 오래 기다리게 했어?"
네 눈동자가 별처럼 반짝였고, 대답은 이렇게 돌아왔다.

"내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다가 '아, 저 엄마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왔지."

나는 그 순간, 네가 날개 달린 천사였다고 믿게 됐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그날부터, 네 천사가 선택한 '그 엄마'로 살아내고 싶었다.


너를 키우는 날들은 늘 바쁘고 정신없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기적 같고, 선물 같던 시간이었다.

작은 손을 잡고 걷던 길,
네가 처음 내 이름을 부르던 순간,
책을 함께 읽으며 눈을 맞추던 그 밤들.

살림 속 사소한 뿌듯함,
잠든 너를 바라보며 문득 눈물이 고이던 감정.
그 모든 순간이 나를, 그리고 너를 키워냈다.

때로는 쓰고, 때로는 눈부셨던 그 마음들을
나는 조용히 적어두었다.
혹시 내가 없는 세상이 온다 해도
이 글들이 너에게, 엄마의 마음으로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요즘 나는 더 좋은 엄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몸을 돌보며 운동하고,
나 자신을 돌보며 사랑하려 노력하고,
책을 읽고, 마음을 들여다보며
글을 통해 나와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나날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엄마의 삶을 말이다.



14년 전 오늘, 나는 엄마로 태어났다.
그리고 지금껏, 엄마로 살아왔다.

내가 과연 괜찮은 엄마였을까.
그 물음 앞에 조용히 멈추게 되는 오늘.

하지만 나는 이제 다짐한다.

후회보다는 다짐으로,
의심보다는 믿음으로,
무너짐보다는 다시 일어섬으로.

앞으로의 나는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너에게 따뜻한 엄마로 살아가고 싶다.

너를 만나, 엄마로 살아갈 수 있어서
참 고맙다.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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