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떤 요리에 이름을 붙이던 날

아이들과의 부엌 추억, 맛 추억

by rumi

작은 아이가 제법 컸다.

이제는 대화도 되고 싸움도 되는 유치원생이 되었다.

몇년째 먼지가 쌓이던 마들렌틀에 배꼽이 톡톡 터진 마들렌들이 고소하게 구워지던 나날들.


어쩌다보니 요리는 일상에서 꽤 생산성과 창조성을 담당하는 파트가 되었다.

맛있어보이고 도전해보고 싶은 레시피가 보이면 종종 모험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과 이 입안 가득했던 추억과 엄마의 손길을 기록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에 붙일만한 적당한 블랙보드를 사왔다.

5월의 저녁 밥상.

첫 메뉴는 두부 조림과 쌈이었는데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큰 아이가 귀엽게 그 문을 열어 주었다. 우리의 밥상 그림.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리의 맛 추억. 맛 기록.



대패 삼겹살(혹은 얇은 고기)을 배추와 같은 야채와 켜켜이 샌드처럼 끼워넣는다.

이 날은 알배추가 남아 있어서 배추를 쪼개어 고기를 켜켜이 넣었다.

중간에는 팽이버섯을 돌돌 안에 말아 넣었다.

아래에 양파 채 썬 것이나 숙주나물같은 공기가 잘 통할 만한 바닥 야채들을 넣고

찜기에 푹 쪄낸다.

알맞게 익은 야채와 고기에 입맛에 맞는 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건강한 한 끼가 된다.

(반주를 했으니 조금 덜 건강했다고 고백한다)


그 날 이 요리의 제목과

어린 화가의 추임새는 이러했다.


우리의 밥상에

고기와 야채들의 찜질방이 도란도란 함께해주던, 5월의 밥상이었다.



keyword
이전 01화먹쇠라 불리던 막내. 엄마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