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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탕비실에서, 나는 나를 처음 위로했다

《내 삶을 뒤흔든 찰나의 기적들》12화

by 수미소

그날 아침은 유난히 버거웠다.
출근길 내내 잔잔한 한숨이 가슴 아래 웅크리고 있었고,
사무실 의자에 앉자마자
모니터 앞에서 눈이 맑아지지 않았다.

누구 하나 알아채지 못했다.
사람들은 늘 그랬듯
인사하고, 자리에 앉고, 커피를 마셨다.

나 역시 평소처럼
“안녕하세요”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나는 오늘, 괜찮지 않다”고 되뇌고 있었다.

---
회의가 끝나고,
괜히 프린터 앞을 서성이며
출력 버튼을 몇 번이고 눌렀다.

마음은 어딘가에 놓아두고 온 것처럼
텅 비어 있었고,
몸만 회사에 있는 기분이었다.

결국
탕비실로 몸을 끌고 갔다.
커피포트 앞에 멍하니 서 있는데
문득, 눈앞이 흐릿해졌다.

물 안 뜨거웠고,
잔도 닦여 있지 않았다.

그런데
그 조용한 공간이 이상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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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어깨를 토닥여줬다.
“오늘은 그냥, 버티는 걸로 충분해.”
작게, 아주 작게 말하면서
마치 누가 들을까 싶어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그 말을 하고 나니까
어깨가 조금 가벼워졌다.
숨이 조금 덜 무거워졌다.

커피 한 잔을 따르고,
조용히 한 모금 마셨다.
씁쓸하고 밍밍했지만
그 순간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맛이었다.

---

회사라는 공간은
누군가에겐 전쟁터고,
누군가에겐 무대지만
그날 나에게는
조용한 피난처였다.

탕비실 구석에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었던
그 5분이 없었다면
나는 하루를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는 순간에
나는 나를 지켜냈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탕비실에서의 5분이
내 삶을 뒤흔든 조용한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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