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뒤흔든 찰나의 기적들》
《내 삶을 뒤흔든 찰나의 기적들》
16화. 아이들이 남겨준 시간의 선물
서울에 있던 조카들이 방학만 되면 시골로 내려왔다.
기차역에서부터 “외삼촌! 외삼촌!” 하며 달려드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지친 하루를 한순간에 녹여내는 마법 같았다.
작은 두 팔로 매달려 내 옷을 잡아당기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들은 늘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밥을 먹을 때도, 방에 앉아 있을 때도,
일을 하러 나가도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어릴 적 나 자신은 외삼촌과의 기억이 거의 없었다.
멀리 계셨기에 자주 볼 수 없었고, 그래서 외삼촌이 어떤 존재인지 깊게 알 기회조차 없었다.
아마 그래서였을까.
조카들이 나를 부르며 뛰어오는 모습은 더욱 특별했고, 내 마음에 각별히 새겨졌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동네 개울이었다.
조카들과 아들이 물고기를 잡겠다며 바지를 걷어붙이고 뛰어들었다.
하지만 물고기란 녀석이 그렇게 쉽게 잡힐 리 없었다.
물이 튀고, 웃음이 터지고, 맨손으로 허공만 휘젓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럴 때면 아이들보다 내가 더 조급해졌다.
‘어떡하지? 한 마리라도 잡아줘야 할 텐데….’
그러다 정말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잡히면, 아이들의 환호보다 내 기쁨이 더 컸다.
그 한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듯 가슴이 벅차올랐다.
목욕탕에 가면 냉탕은 단번에 그들의 수영장이 되었다.
물장구에 파도치듯 뛰어노는 아이들 때문에 물이 사방으로 튀어도,
옆에서 지켜보던 동네 할아버지들은 전혀 개의치 않으셨다.
마치 친손주를 바라보듯 흐뭇한 눈길로 아이들을 보며 미소를 지으셨다.
그 장면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따스한 풍경으로 남아 있다.
밤이 되면 더 큰 소동이 벌어졌다.
조카들과 아들이 옥상에 올라 달걀을 굽겠다며 망치 자루에 불을 지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내가 다급히 올라가 “이게 뭐 하는 짓이냐!” 하고 야단을 치면,
아이들은 오히려 깔깔 웃으며 이리저리 도망쳤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던 그 웃음소리는 아직도 내 귓가에 울린다.
마당에 있던 곡괭이 자루를 톱으로 잘라보겠다고 야단법석을 피우기도 했다.
나무만 보면 못질을 하고 싶다며 망치를 들고 뛰어다니던 모습.
천사 같은 얼굴로 해맑게 웃던 그 표정들은, 내 인생 최고의 찰나의 기적이었다.
아들은 늘 조카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같이 뛰놀던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조카들이 떠난 뒤 며칠 동안은 늘 그리움 속에 잠겼다.
빈 마당과 적막한 집안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더욱 선명하게 떠올리게 했다.
세월이 흘러, 깔깔대며 뛰어다니던 조카들과 아들도 이제는 성인이 되었다.
각자의 길을 찾아 사회에 발을 내딛었고, 웃음 대신 현실의 무게를 짊어졌다.
그토록 천사 같던 아이들이 이제 세상의 부조리와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나는 그저 마음이 아프기만 했다.
삶은 모난 돌멩이처럼 여기저기 부딪히며 굴러간다.
때로는 상처투성이가 되고, 때로는 모양이 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더 단단한 작은 조약돌로 다듬어져 갈 것이다.
나는 그들이 꺾이지 않고, 깨어지지 않고, 자신만의 빛을 간직한 조약돌이 되길 바랄 뿐이다.
돌이켜보면 그 천사들을 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이 받은 가장 큰 선물이자 기적이었다.
비록 지금은 세상의 풍파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의 삶 또한 수많은 찰나의 기적들로 채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살아가다 보면 무너지고, 쓰러지고, 울고, 실망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하지만 그 순간조차 지나고 나면, 결국은 자기 인생의 기적이었음을 알게 되리라.
지금의 어려움이 그리도 가슴 아픈 이유는, 아직 그것이 기적임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맞닥뜨릴 수많은 고통과 슬픔 역시, 언젠가 돌아보면 소중한 기적의 한 조각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그 사실을 일찍 깨닫는다면, 삶의 무게가 조금은 덜 힘겹게 느껴질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 웃음을 기억한다.
개울가에서, 목욕탕에서, 옥상에서, 마당에서 터져 나오던 천사들의 웃음.
그 웃음은 내 삶을 지탱해준 사라지지 않는 빛이었다.
그리고 그 빛이 앞으로도 그들의 삶을 환하게 비춰주기를,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마무리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이미 기적 같은 존재입니다.
작은 웃음, 사소한 기억이 모여 누군가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아들과 조카들이,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것은 늘 곁에 있었다.”
“내 삶을 바꾼 것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사소한 순간이었다.”
“당신의 삶을 바꾼 찰나의 순간은 언제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