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아.
운동을 하다가 언제 다치는 줄 아니? 그건 대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앞설 때란다. 의욕이 넘치면 몸이 과도하게 긴장하게 되고, 그 긴장이 실수로 이어지지.
악기 연주도 마찬가지야. 연주를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면 손에 힘이 들어가고, 그러면 좋은 소리를 낼 수 없단다.
처음 바이올린을 배우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어본 적 있니? 마치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리라 듣기 힘들지. 하지만 그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내게 되는 건 왜일까? 바로 연습을 통해 ‘힘을 빼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야. 처음엔 힘을 주며 연습하지만,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긴장도가 조절되고, 결국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게 되는 거지.
인생도 연주와 닮아 있어. 그래서 엄마는 우리 딸이 인생을 살아갈 때 100점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80점을 목표로 했으면 좋겠어. 100점을 받으려는 마음은 때로는 과도한 긴장을 낳고, 그 긴장은 예상치 못한 실수를 부르기도 하거든.
때로는 내가 조금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그냥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해. 모든 일에서 절대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마음은 결국 너를 지치게 만들고, 삶을 버겁게 만들 수 있어.
그리고 기억하렴. 내가 손해를 본 만큼 누군가는 이득을 봐. 그건 다시 말해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의 너그러움 덕분에 이득을 볼 수 있는 날이 있다는 뜻이지. 그러니 너무 잘하려고만 하지 말고, 적당한 손해는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는 꼭 ○○이(가) 될 거야!”라고 결심하고 그 길만을 향해 달려간 사람보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단다. 그러니 도전 자체를 즐기되, 결과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럼 항상 80%만 노력하라는 거야? 적당히만 하면 돼?”라고 묻겠지만 그건 조금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해. 아마추어 음악가와 프로 음악가의 차이가 뭔지 아니? 그건 ‘힘을 줘야 할 때 힘을 주고, 힘을 빼야 할 때 힘을 빼는 것’이란다. 모든 소리를 힘줘서 꽉 채워서 연주하면 시끄러워서 듣기 어려워지지. 같은 곡을 연주해도 프로의 연주는 듣기 좋고, 아마추어의 연주는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엄마가 말하고 싶은 건, 모든 일에 100%의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거야. 사람의 에너지는 유한하니까, 모든 일에 풀파워로 도전하면 결국엔 번아웃이 오게 돼.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평소에는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단다.
긴장을 주는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긴장을 풀어주는 부분도 있어야 해.
혹시 학교에서 소나타 형식에 대해 배운 적 있니? 소나타 형식의 제시부에는 두 개의 주제가 등장하는데, 그 두 주제는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어두운 것과 밝은 것, 빠른 것과 느린 것, 그 대조가 음악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거야.
예전에 엄마가 꽃꽂이를 배운 적이 있는데, 장미도 예쁘고 수국도 예쁘고 데이지도 예뻐서 예쁜 꽃들만 모아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단다. 그런데 꽃꽂이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 “서로가 다 주인공이 되려고 하다 보니 조화롭지 못하고 난잡한 느낌이 들어요.” 그 말을 듣고 엄마는 깨달았지. 꽃꽂이도 메인이 있으면, 그 메인을 돋보이게 해주는 안개꽃 같은 서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삶도 그래. 모든 순간이 주인공이 될 수는 없어. 때로는 조용히 물러서서, 다른 순간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도 필요하단다. 그러니 너의 삶을 100점만으로 채우려고 하지 말고, 때로는 여백을 남기고, 때로는 쉼표를 넣어가며 살아가렴.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 너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고, 너의 모든 선택을 응원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