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에게 "어린이집에 가면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듯이 엄마도 학교에 가서 언니, 오빠들을 기다려야 해"라고 말하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학교로 향합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학교 가기 싫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너는 몇 년만 지나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지만 엄마는 계속 학교에 나가야 된단다"라고 말하는 날이 오겠죠….
학생들이 "선생님은 왜 선생님이 됐어요?"라는 질문에 "그러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라고 얼버무리곤 합니다.
생각해 보면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낸 것도 아니고 학교라는 공간을 좋아한 것도 아닌데 교사가 되어 매일같이 학교로 출근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신기한 것 같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촌 언니와 같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 나도 공부를 잘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6학년 2학기에 전학을 갔습니다. 그동안 행복한 초등학교 생활을 보내서인지 그때는 새로운 학교에 가도 당연히 반 친구들 모두와 잘 지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군이 달라서인지, 친해지기에는 시간이 짧아서 인지 학급 친구들 모두와친해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초등학교 생활은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중학교 때였는데 대부분 같은 초등학교를 나오고, 같은 학원을 다니고, 같은 태권도장에 다니다 보니 저 빼고는 다들 친한 친구들이 있더군요…. 끼리끼리 어울려 알아서 잘 놀고 있는 친구들 틈에 끼어서 "나랑 같이 놀자"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안 그래도 소극적인 성격이 더 소극적으로 변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중학교 때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시험을 봐서 들어가는 학교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오니까잘 지낼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입학 성적이 좋아 신입생 대표로 선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안 사정으로 인해 입학식에 부모님을 포함한 집안 어른들이 아무도 참석하지않아 신입생 대표로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증명할 사진이 하나도 없습니다. 나중에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제 뒤통수만 나와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더군요. 그래도 그때까지는 정말 좋았습니다.
입학식이 끝나고 반에 왔는데 여자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교실 뒤쪽에 일렬로 세워놓은 다음에 기압을 줬습니다. 저는 그날 유독 많이 혼났는데 그 이유는 선서하러 단상에 올라갈 때 슬리퍼가 아닌 실내화를 신어서였습니다. 눈물이 쏙 빠지가 혼난 뒤라 혹시라도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다가 선배들과 마주칠까봐 무서워혼자서는 식당도 화장실도 갈 수 없었습니다.
남자들이 군대에 가면 겪는 갈굼을 저는 고등학교 생활 내내 선배와 동기들에게 겪었습니다.이웃 주민들께서 학교로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로 시작하는 민원을 넣으신 것을 보면 저만 그렇게 보고 느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너희들 중에 임용고시에 통과해서 교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지금부터 임용고시 공부를 해도 힘들어…"라고 말하시던 선생님을 보고 진로를 음악교육과로 결정했습니다. 그곳으로 가면 다시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안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